“아부다비 의료진은 ‘메드42(Med42)’라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효율적인 의학적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만난 마즈 샤이크 M42 부사장은 “AI가 아부다비 의료 체계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M42는 아랍 최대의 기술 기반 헬스케어 기업으로,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국영 AI 기업인 G42와 합작해 설립했다. G42는 올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15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AI 기업이다. 결국 M42는 헬스케어 업체이지만 태생부터 AI 기술 기반 기업인 셈이다. 실제 M42는 디지털헬스, 진단, 멀티오믹스(다중 체학), 제약 및 치료, 임상 연구 등에 AI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
AI를 ‘넥스트 오일’로 낙점한 UAE는 어느 국가보다 더 집중적으로 AI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2019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AI 전문 대학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AI대학원(MBZUAI)’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 이름을 대학원 명칭으로 사용할 만큼 UAE가 AI 등 첨단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설립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 컴퓨터과학(CS) 랭킹 기준 5개 AI 분야에서 글로벌 14위에 올랐다. MBZUAI가 만든 기초모델연구소는 지난해 G42와 함께 세계 최초 아랍어 기반의 오픈소스 LLM인 ‘자이스(Jais)’를 출시했다. 에릭 싱 MBZUAI 학장은 “설립 초기 UAE의 AI 이해도가 많이 높지 않은 편이었지만 단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서구권 중심의 AI 기술을 넘는 것은 물론 글로벌 AI 기술 경제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데 MBZUAI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로서 AI부를 두거나 국가 정책 3대 의제 중 하나로 AI를 선정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도 UAE가 AI 기술 개발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석유 고갈에 대비해 아부다비 정부는 2031년까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AI 분야에서 창출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실제 올 3월 아부다비 ‘AI 및 첨단기술위원회(AIATC)’는 기술 투자 회사인 MGX를 설립했다. 무바달라와 G42가 함께 만든 AI 투자 기업인 MGX는 AI 및 첨단기술 개발과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MGX는 오픈AI 등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고, 아부다비를 AI 허브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1000억 달러 까지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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