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만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혁신과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과 미국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뜻이다. ★본지 11월 14일자 10면 참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KIEP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경제는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중국 경제의 부진 탓에 기존 전망(3.2%)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대선 전에 발표한 전망(3.2%)보다 낮은 수치다.
KIEP는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으로 귀환하면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 사이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식 KIEP 국제거시경제실장은 “공화당이 미국 하원까지 장악하면서 트럼프표 정책이 2025년부터 일부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국채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내년 경제성장 흐름의 키워드는 강화되는 트럼피즘과 심화되는 성장 격차가 될 것”이라며 “트럼피즘은 곧 미국 우선주의”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연구원은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1%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내년에도 여전히 견고한 데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 등에 힘입어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KIEP는 영국(-0.1%포인트), 독일(-0.5%포인트), 프랑스(-0.7%포인트)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특히 중국 경제성장률은 4% 초반까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내수 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아 트럼프의 대중 관세 인상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처음부터 60%의 고율 관세를 매길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대중 관세는 빠르게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수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통화정책 전환의 영향으로 경제성장 전망이 기존(1.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KIEP는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의 여파가 한국 경제에도 하방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보편관세도 내후년께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며 “10~20%의 세율을 부과하게 되면 교역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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