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중심가에서 남동쪽으로 사막과 벌판을 지나 차로 30여 분을 달리자 5~6층 규모의 건물들이 모인 도시가 나타났다. 이곳은 탄소 중립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마스다르시티’다. 세계 최초 탄소 배출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2008년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사람이 살기 좋은(livability) 스마트·에코시티 개념의 도시로 아부다비 정부의 미래 비전이 실현되는 곳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 도시답게 도시 초입 부분에는 태양광 패널이 거대한 바다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도시 입구에 마련된 대형 주차 건물에 차를 주차하고 내부로 들어서자 무인 자동 궤도 운행차량(PRT)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더 이상 도시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곳 관계자는 전기와 5세대(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행되는 PRT가 지금까지 250만 번 운행을 했지만 단 한번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PRT를 이용해 1㎞를 이동하자 방문자 센터가 있는 PRT 정거장에 도착했다.
방문자 센터에 들어서자 대형 전광판에는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가상 인간 ‘아말(Amal)’이 방문자들을 맞았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현재 마스다르시티는 57만 5641㎡에 36개의 업무·주거·학교 등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이들 시설은 도시 초입에서 봤던 태양광 패널로부터 나오는 10메가와트(㎿)급 전력과 건물 지붕이나 외벽 등 도심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나오는 전력(3㎿)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건물마다 엘리베이터를 뒤쪽에 배치하고 대신 계단을 전면에 설치해 계단 사용을 유도하는 등 이들의 탄소 중립에 대한 진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자 센터에서 나와 외부로 나서자 머리카락이 휘날릴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외부 기온은 32도에 태양이 내리쬐고 있는 한낮이었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는 물론 넓은 도시 광장에도 신기할 정도로 그늘이 졌다.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 보라는 마스다르시티 관계자 말에 바닥을 만지자 손바닥에 시원한 기운이 전달됐다. 살라 지앗 마스다르시티 지속 가능성 부문 부매니저는 “도심지 자체를 공기 흐름이 방해받지 않도록 입구와 출구는 크게 만들고 건물 간 거리는 좁게 만들어 외부에서 들어온 바람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를 수 있도록 하면서 도시 외부보다 2도가량 온도를 낮췄고 체감 온도는 5~10도 정도 더 낮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높이 45m의 윈드타워도 도심 속 에어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상층부의 공기를 물을 뿌려 식혀준 뒤 도심 아래로 순환시키는 방식인 윈드타워 등으로 인해 50도 가까이 오르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물이 부족한 사막 환경 속 식물의 성장을 위해 공기 중에 있는 습기를 모아 도심 내 정원에 물을 공급하는 ‘하이드로 타워’도 시험 가동하고 있었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최대 11개의 하이드로 타워를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지앗 부매니저는 “개별 건물 역시 최적의 창문 비율과 배치를 통해 햇볕은 차단하고 내부 온도를 낮춰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며 “각각 환경에 맞는 넷제로 빌딩을 건설하면서 축적된 기술은 다시 다른 지역에 활용되는 등 마스다르시티는 건설사들에 친환경 건축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 정부의 경제 다각화를 위한 혁신 클러스터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에 있는 5곳의 경제자유구역 중 한 곳이다. 이곳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는 100% 지분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에 필요한 행정 편의 제공과 정부 부처 및 다른 기업과 연결을 해 주는 등 사업 확대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에 더해 다양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으로 마스다르 입주 기업은 현재 1100여 곳이 넘는다. 이들 기업 중에는 지멘스에너지·록히드마틴·허니웰·에티하드항공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같은 국제기관과 아부다비 세관, UAE 우주국 등의 정부기관들이 있다. 바라카 원전을 위한 한국전력공사와 UAE원자력공사의 합작사인 ‘나와에너지컴퍼니’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아미드 알와드히 마스다르시티 프리존 책임자는 “마스다르시티는 석유 고갈 시대 이후를 대비해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모빌리티 등에 집중하는 아부다비 정부와 기업들의 비전을 실현시켜주는 다리가 돼주는 곳”이라며 “마스다르시티의 성공적 완성을 위해 한국 기업의 참여도 희망하고 있고 한국 기업과 협업의 기회가 마련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마스다르시티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일부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이곳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닌 성장하는 도시”라며 “최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다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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