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친화를 기치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에도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를 향한 규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 자신부터 구글·메타 등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데다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역시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가뜩이나 유럽연합(EU)의 규제 압박에 시달리는 빅테크들은 자국에서조차 이러한 상황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사업의 반경쟁적 관행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 오피스 소프트웨어인 MS365는 자체 클라우드 ‘애저’에서만 호환되는데 해당 제한이 반경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존 거래자들이 MS 경쟁 클라우드로 이전할 경우 징벌적 조건을 부과했다는 의심도 나온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구글을 연방 감독 대상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CFPB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설립된 기관으로 금융기관의 불공정행위를 감독한다. 지금까지는 은행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으나 디지털결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구글까지 관할 대상에 두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계정과 크롬 브라우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 등을 통해 디지털지갑을 제공하고 있다. 법무부와의 소송에서 진 구글은 검색·광고 분사까지 거론되는 처지다. FTC는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시장 독점에 대한 복수의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메타가 인스타그램·왓츠앱을 인수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독점력을 키웠다며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2기 인선 하마평은 빅테크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전날 FT는 차기 FTC 위원장 후보로 밴스 당선인의 수석보좌관인 게일 슬레이터와 전 법무부 반독점국 및 FTC 집행관 출신인 마크 메아도르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밴스는 조 바이든 정권에서 빅테크 반독점 소송을 이끌어온 리나 칸 FTC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빅테크 규제에 적극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 자신이 빅테크에 적대적인 입장이다. 트럼프는 구글과 메타가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다며 공격해왔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고위 임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며 거액의 기부를 쾌척했던 점도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빅테크 중 트럼프와 사이가 좋은 곳은 테슬라와 아마존 정도다. 최근 팀 쿡 애플 CEO가 트럼프에게 구애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미 디지털시장법(DMA)을 앞세운 EU의 압박에 거액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빅테크로서는 내부의 적과도 양면전을 펼쳐야 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중고 거래 서비스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페이스북과 연계해 경쟁 업체들의 진입을 막았다며 7억 9772만 유로(약 1조 2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메타 외에 구글·애플·MS 등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와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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