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생수 업체였던 마메든샘물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충청도 생수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차지하는 선두업체였다. 불공정거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2005년이었다. 대기업 A사는 마메든샘물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것을 요구했다. 김용태 전 마메든샘물 대표가 거절 의사를 나타내자 A사는 마메든샘물 전속 판매대리점에 접촉해 ‘5년 계약 조건에 공급가를 1년은 3분의 1 가격, 5년 평균가는 A사 제품 정상가의 40% 가격’을 제시했다. 마메든샘물과 계약을 해지하고 A사와 계약을 맺도록 유도한 것이다. 해지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리점에 변호사 비용도 지원해줬다는 게 김 전 대표의 주장이다.
결국 마메든샘물은 매출이 곤두박질친 끝에 파산했다. 마메든샘물은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A사를 신고했고 공정위는 A사 행위를 사업활동 방해행위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김 전 대표는 2013년 손해배상소송 제기해 2019년 5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파산한 상황에서 피해 보전이 될 리 만무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아직도 국회와 A사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 사지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상당수가 제대로 된 피해 보상마저 받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기업과의 거래 단절을 각오하는 등 용기를 내 손해배상소송에 나서더라도 길게는 5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전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기중앙회가 올해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중소기업 7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 불공정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업체 가운데 81%의 기업이 피해액 50% 미만의 보상을 받았다. 30% 미만의 보상을 받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68.5%였다. 100% 이상 피해를 복구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4.5%에 그쳤다.
이유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문 응답 중소기업은 소송과 관련해 △재산상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받기 어려움(59.0%) △장기간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함(53.6%)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변호사 비용 부담(40.4%) 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동의의결제도와 분쟁조정제도 등 피해구제를 위한 장치가 있지만 미흡하다는 게 중소기업 대다수의 인식이다. 동의의결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조사받는 기업이 스스로 피해구제와 원상회복 등을 위한 합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는 경우 공정위가 심의절차를 신속하게 종결해주는 제도이다. ‘현행 불공정거래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가 미흡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85.9%, ‘불공정거래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92.7%로 나타났다.
올해 7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액 청구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기업 내부에 법무 인력을 갖춘 경우가 드물고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소송에 나서더라도 장기간 소송으로 최종 선고까지 추가 손해가 발생하는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불공정행위 과징금을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으로 귀속시켜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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