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은 경영 실력에 대한 투표입니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이자 백기사입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두 달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은 비장했다. 영풍(000670)·MBK파트너스에 지분은 뒤처져 있지만 다가올 임시 주총에 대해서는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누가 회사를 경영해야 계속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지, 책임감 있게 친환경·안전 경영을 할지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더 주주 친화적이고 나은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BK의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최 회장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함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임시 주총에서 펼쳐지게 됐다. 법원이 영풍의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해준다면 연말을 전후로 열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MBK는 장내 매수로 1.36%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을 39.83%까지 높였다. 최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는 5%포인트 내외로 추정된다.
최 회장은 지분을 확대해가는 MBK 측 행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상대가 1%대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다고 해서 동요하지 않았다”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더 잘 이끌어나가고 발전시킬 경영자, 2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느냐를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수많은 공정이 돌아가는 생산 현장에서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리며 실시간으로 대응하려면 오랜 기간의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2007년 입사 후 18년 동안 회사에 몸담으면서 경영 실력을 쌓기 위해 현장에 계속 있었다”면서 “제련소 운영은 마치 빠르게 돌아가는 러닝머신 위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여기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풍·MBK가 장기적인 성장과 미래 발전을 위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단 한 번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다수의 주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본업인 비철금속 제련 경쟁력을 기반으로 추진 중인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리사이클링 등 3대 신사업이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여러 주주와 투자자 분들을 만나본 결과 여전히 올 3월 정기 주총에서 지지해준 이들의 신뢰가 확고했다”면서 주주들과의 오랜 신뢰의 끈을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약 3년 전부터 씨를 뿌린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조금씩 싹이 돋아나오는 상황”이라며 “하나둘 열매를 보게 되면 주가에 반영이 되고, 3년만 시간을 주시면 우리의 가치로 150만 원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 회장은 영풍·MBK 측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영풍·MBK의 주주 간 계약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는 “영풍과 MBK의 상호 이해관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만난다고 해도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와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성공 환경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영풍·MBK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저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만둬도 상관없다”고 톤을 높여 토로했다.
MBK 측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집행임원제 도입과 신규 사외이사 14인을 추천했다. 최 회장은 “책임은 회피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만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당 제도를 꺼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27명의 이사진을 만들어 경영권을 가져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집행임원제 자체에 대한 의미를 떠나 어떤 의도를 갖고 운영하는지 봐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최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고 최 회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또 주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도록 분기 배당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소액주주 단체를 비롯해 많은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내놓은 혁신안을 정관에 명문화해 다양한 목소리가 의사 결정 과정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시장에 일으킨 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최 회장은 “워낙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비밀스럽게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에 우리가 유상증자를 계획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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