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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유니버스' 출범 앞둔 야놀자, 인터파크 투자자들과 갈등

야놀자플랫폼 기업가치 2.5조 책정

인터파크트리플은 4200억 남짓

소뱅·GIC 등 해외 투자자에 유리

몸값 재산정 위한 법적 소송 고려

야놀자 "미수금 반영…문제 없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지난해 6월 2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인터파크트리플 비전 선포 미디어데이에서 향후 사업 계획과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야놀자




'야놀자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의 통합법인 '놀 유니버스'가 합병 비율을 둘러싼 양 사 주주 간 갈등으로 인해 출범 작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두 법인의 지주사인 야놀자가 제시한 합병 비율이 과점 주주인 야놀자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인터파크트리플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침해할 우려가 있어서다. 또 야놀자와 인터파크트리플 주주 간의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정보기술(IT)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 자회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 11일 주주총회를 열고 야놀자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의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인터파크트리플 경영진은 야놀자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의 합병 비율을 각각 기업가치 기준 6대 1로 제시했다. 야놀자플랫폼의 기업가치를 약 2조 5000억 원, 인터파크트리플은 4200억 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파크트리플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합병 비율에 대해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지만, 지분 60% 이상을 보유한 야놀자의 뜻을 굽힐 수는 없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오는 12월 중순까지 주주 혹은 채권자들의 이의 신청을 받고, 해당 합병 조건에 대한 협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번 합병 비율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야놀자가 제시한 인터파크트리플의 기업가치가 합당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트리플은 2022년 두 여행 이커머스 플랫폼인 인터파크와 트리플이 합병해 탄생한 법인으로, 당시 거래는 7000억 원 수준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으로 여행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3000억 원 가까이 낮추는 것은 시장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해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영업손실 216억 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2594억 원, 11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5%, 400% 증가했다.

또 인터파크트리플 주주들은 야놀자플랫폼의 기업가치 산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낸다. 야놀자플랫폼은 기존 야놀자가 영위하던 사업 중 호텔과 모텔·펜션 등 숙박 예약 플랫폼만 분할한 법인으로, 경쟁사인 여기어때와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현재 시장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수준에 거래되는 여기어때보다 2배 이상 높은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법인 분할 전 야놀자의 플랫폼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3753억 원, 여기어때는 3092억 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숙박 예약 거래에 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야놀자와 여기어때 앱의 월 사용자 수는 각각 392만 7000명, 356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야놀자는 인터파크트리플 주주들이 낮은 기업가치를 근거로 합병을 반대해 대거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계획을 전면 철회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법인 간 합병 과정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야놀자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 한도를 200억 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합병 계획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합병이 철회될 경우 인터파크트리플의 독자적인 상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VC들과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야놀자가 자신들의 불리한 상황을 이용해 사실상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야놀자가 국내 투자자들과 해외 투자자들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놀자 플랫폼의 경우 일본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투자청(GIC), 부킹홀딩스 등 해외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인터파크트리플은 네이버(NAVER(035420)), 아주IB투자(027360), DSC인베스트먼트(241520),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투자자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이익을 높여주기 위해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투자자들은 야놀자와 합병 조건에 대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인터파크트리플의 일부 주주들은 합병비율 재산정을 위한 법적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법정에서 인터파크트리플의 주주들의 요구대로 합병비율이 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으며 이번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법적 고려를 통해 조건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파크트리플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와 합병 계획 철회 가능성을 알린 점은 법적인 안전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줬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소송에서 야놀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야놀자는 야놀자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의 기업가치에 대해 외부 전문 기관의 평가를 거쳐 합당하게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인터파크트리플의 경우 미상환 채권이 다수 발생해 기업가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야놀자 관계자는 “두 법인의 기업가치는 향후 5개년 사업계획에 기초한 현금흐름을 추정해 현금흐름할인법에 따라 평가한 것”이라며 “인터파크트리플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은 큐텐에 커머스 사업부문을 매각했으나, 상환받지 못한 매각 대금을 대규모 손실 처리한 것이 기업가치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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