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가 부방그룹 수처리 회사 3곳의 새 주인이 된다. 인수가는 약 2600억 원이다. 글랜우드는 대기업 카브아웃(사업부 분할 인수) 뒤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 없이 투자를 늘려 회사를 키우는 성장 전략을 갖고 있는 대표 하우스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와 부방그룹은 이날 테크로스환경서비스, 부곡환경,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의 중국 자회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부방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없이 곧장 글랜우드와 SPA를 맺었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이다. 당초 부방그룹은 한국자원환경까지 묶어 통 매각을 추진했으나 폐기물 재활용 분야는 제외됐다.
주방가전 ‘쿠첸’으로 유명한 부방은 지난 2019년 LG전자로부터 수처리회사인 하이엔텍(현 테크로스환경서비스)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현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를 각각 2050억원, 450억원에 인수했다.
테크로스환경서비스는 공장 폐수나 하수를 정화하는 수처리시설을 운영·관리하는 기업으로 오랜 업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수처리 유지보수(O&M) 시장에서 톱3 지위에 올라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인수 시점인 지난 2019년 1431억 원, 43억 원에서 지난해 1941억 원, 113억 원으로 증가했다. 규제 강화로 진입 장벽이 높은데 수요는 꾸준해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다.
특히 경쟁사인 에코비트와 리뉴어스가 공공 수처리 O&M 중심인 데 반해 공공과 민간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게 강점이다. 민간 수처리 O&M은 공공 부문보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국내에서는 테크로스환경서비스와 글로벌 환경 기업 베올리아의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주요 매출원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계열사의 대형 제조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처리다. 글랜우드는 LG그룹과의 비즈니스 관계까지 염두에 두고 인수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브아웃 강자 글랜우드는 기업들이 사업부나 자회사 매각에 나설 때 구원투수로 나서왔다. 인수 대상 기업에 무리한 구조조정 없이 체계적으로 인수 후 통합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선 인수 사례에서 임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이 글랜우드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글랜우드는 올해 SKC 자회사였던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4024억 원에 인수한 뒤 추가로 5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울산과 글로벌 공장 등에 생산라인 확대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투자를 했다. 지난해에는 LG화학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진단사업부문) 인수에 2000억 원을 들였고, 인비트로스라는 새 법인으로 출범 시켰다. 당시 임직원 설득을 통해 핵심 인재 이탈이 없었다는 점이 회자됐다. 지난달엔 OCI그룹 방계 계열사인 바이오매스 발전소 SGC그린파워를 3222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회수 실적도 눈에 띈다. 올 3월에는 3년 전 4100억 원에 인수한 CJ올리브영 지분 22.56%를 7800억 원에 매각해 대박을 냈다. 2020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6069억 원(지분 54.1%)에 인수한 PI첨단소재는 지난해 말 프랑스 화학업체 아케마에 9732억 원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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