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과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으로 국내 철강·유통·건설 업종이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과 철강, 2차전지는 글로벌 수요 부진 자체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19일 한신평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함께 온라인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내년 비금융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발표했다. 한신평은 내년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산업으로 석유화학·건설·2차전지·유통·게임·철강·디스플레이 등 7개 산업을 꼽았다. 김용건 한신평 레이팅 총괄본부장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과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회복 폭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철강과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부동산을 비롯한 고정자산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단기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효과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중국 경기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2차전지 산업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고비용 친환경에너지 대신 저렴한 화석연료 개발이 촉진돼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로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는 점도 2차전지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진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 수요 감소로 유통 부문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건설 부문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지방 시장 침체 장기화가 수도권 분양 여건 회복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총괄본부장은 “최근 수도권 분양 여건 회복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며 건설사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위험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좋지 않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받은 기업은 총 24개로 이는 향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반대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받은 기업은 5개에 그쳤다.
다만 정유 업종에 대해서는 화석연료 개발 등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위 산업도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 약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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