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한국 주식시장이 다음 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혀 현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코스피는 15일 2416.86보다 84.38포인트(3.49%) 오른 2501.24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685.42에서 8.41포인트(1.23%) 하락한 677.01에 장을 마쳤다.
이달 18일부터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7068억 원, 9146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투자가만 1조 234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1068억 원, 125억 원씩 순매수했고 개인이 1619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번 주 코스피는 2300대까지 추락할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005930)가 10조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덕분에 다소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4만 원대까지 주저앉았던 삼성전자 주가도 단숨에 5만 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10조 원어치 가운데 3조 원어치를 18일부터~내년 2월 17일까지 사들여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19일(현지시간) 미국이 지원한 탄도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등 지정학적 위험을 키웠으나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작았다.
증권사들은 다음 주에도 별다른 호재가 없어 코스피가 큰 폭의 상승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그나마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미국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점에 주목해 볼만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쇼핑시즌 매출이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수혜를 입는 기업일수록 횡보장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권사들은 이와 함께 예상보다 더딘 미국 금리 인하 행보는 국내 성장주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진단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내년에는 인하 횟수가 2회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감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 이미 금리에 반영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4%선에서 더 낮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다음 주 인공지능(AI) 성장 모멘텀, 코스피 저가 매력 등을 증시 호재로 지목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불확실성, 미국 고금리 환경의 지속 등은 악재로 봤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다음 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420~2540으로 제시했다. 다음 주에 관심을 둘 만한 업종으로는 방산, 조선, 제약·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음식료, 화장품 등을 들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공시에도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거의 매일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반도체 수익성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스피가 2500대를 넘어서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미국 연말 쇼핑시즌의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예상보다 강력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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