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처럼 수면 패턴만으로 이튿날의 기분을 예측할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수면 장애에 따른 우울증·조울증 같은 기분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재경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장(CI)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헌정 고려대 의대 교수와 공동으로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이튿날의 기분 삽화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에 이달 18일 게재됐다.
기분 삽화는 울증과 조증처럼 전반적인 정신과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기간을 말한다. 기분 삽화 예측을 통해 기분 장애를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예측은 수면 패턴뿐 아니라 걸음 수, 심박수, 전화 사용 여부, 위성항법시스템(GPS)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해 비용이 크고 일상적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잠을 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의 기록인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만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분 장애 환자 168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수집한 평균 429일의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통해 수면-각성 데이터가 생체리듬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체리듬은 24시간 주기를 따르는 신체의 리듬인데 이것이 늦춰질수록 우울 삽화가, 반대로 앞당겨질수록 조증 삽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밤 11시에 잠에 들고 이튿날 아침 7시에 기상하는 생체리듬을 가지 사람이 평소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우울 삽화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이 기분 장애의 치료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이른 아침에 광선치료를 진행한다. 효과적 기분 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주관적 회상에 의존한 심리 상태 평가를 넘어 객관적 기분 삽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객관적 기분 삽화 지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특히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생활 중 비침습적이고 수동적으로 기분 삽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그룹장은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만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데이터 수집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며 “기분 장애 환자들에게 비용 효율적인 진단 및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기분 장애 환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맞춤형 수면 패턴을 추천받아 기분 삽화를 예방하는 디지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