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비핵심 계열사들을 정리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IT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업계의 성장성도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주력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인공지능(AI) 등 핵심 사업에 자원을 재배치하며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비핵심 사업군을 정리하며 펀더멘털(기업 기초체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네이버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3개에서 올 3분기 말 88개로 15개가 줄었다. 최근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였던 웹툰·웹소설 제작사 작가컴퍼니 지분을 처분한 가운데 WP테크놀로지, 스프링캠프 등의 지분도 매도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모두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권(IP) 사업 모델 다각화를 위해 인수·설립했으나 올해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비용 효율화 작업을 거치면서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율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역시 전체 계열사 수가 기존 175개에서 164개로 감소했다. 카카오게임즈가 비핵심 사업 정리라는 기조에 맞춰 세나테크놀로지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다. 또 앞서 진행한 카카오IX 중국과 크래들스튜디오도 청산했다. 카카오는 AI와 카카오톡을 제외한 사업을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 효율화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NHN도 전체 계열사 수가 8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해 말 82개였던 NHN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 수는 올 3분기에 71개로 11개가 줄었다. 이는 2016년(69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NHN은 광고 자회사 11시 11분을 NHN애드에 흡수합병한데 이어 투어넷하와이와 NHN커머스 인베스트먼트 등은 매각했다. 이로써 NHN은 연초 제시했던 계열사 감축 목표에 거의 달성했다. 앞서 올초 NHN은 이익이 발생하는 기업이더라도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가 나지 않는 곳은 정리해 연말까지 계열사 수를 70개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주요 IT 기업들은 주력 분야인 검색, 메신저, 커머스 등은 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인 AI와 클라우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도 광고, 여행, 드라마 제작 등 비핵심 사업군의 정리를 통해 경영 효율화와 자원 재분배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주요 자원을 AI와 커머스 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일찍이 선포하고 실행 중이다. 네이버는 내년 AI 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독립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주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커머스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 몇 년간 비수익 사업에 들어가던 예산을 수익이 더 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재배치했다”며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카카오 역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집중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연내 대화형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사내테스트 버전으로 출시한 후 내년 정식 론칭할 것”이라며 “핵심 사업을 제외한 부문을 정리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