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미래인재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만큼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 방법론을 찾는 ‘디자인 능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 중 ‘인재의 숲에서 인류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인재 토크’ 세션에 패널로 참가했다.
최 회장은 “미래에는 경제·교육 등 다방면에서 세상이 바뀌는 만큼 시대가 필요한 인재상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입체적 로케이션’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잡는 사람이 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AI에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또 “획일적 교육보다는 맞춤형 교육, 자신들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재단 학생들이 모여 ‘집단지성’을 이룰 경우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래인재 컨퍼런스는 융합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갖춘 미래 인재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재단이 지향할 인재 양성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앞으로 50년의 새 비전과 미션을 구체화하는 목적을 가졌다. 특히 인재 토크 세션에서는 인문계·이공계 학생 200여 명과 함께 미래에 요구되는 인재의 핵심 역량을 논의하고 AI 시대 대학의 역할 등 교육 현장에서의 과제를 질의응답을 통해 함께 모색했다.
최 회장 역시 AI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결국에는 AI 시대가 올 것이기에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인간 생활이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디자인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션에는 최 회장 외에도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석재 서울대 교수,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김정은 메릴랜드대 교수,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세션의 좌장은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맡았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본부장도 컨퍼런스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토크 세션에 앞서 오전에는 ‘가지 않은 길에서 혁신을 찾다’라는 주제로 ‘그랜드 퀘스트’ 세션이 개최됐다. 인문계·이공계 학생과 각 분야 석학들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AI·합성생물학·역노화 등 10개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김유석 한국고등교육재단 대표이사는 “컨퍼런스에서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과학 기술 분야에 주요한 10가지 질문을 제시했다”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답을 찾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미래 인재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랜드 퀘스트는 당장 현실화시키기는 어렵지만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논의됐다. 이상엽 KAIST 교수, 이준호 서울대 교수, 염한웅 포스텍 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석민구 컬럼비아대 교수, 남기태 서울대 교수 등 국내외 최고 석학들이 모였다. 이들은 △가상현실과 뇌내현실 △일반 AI와 인간의 공존 △포스트 실리콘 반도체 소자 △공간 디스플레이 △신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 △미생물 세포공장 기반 온실가스의 플라스틱 전환 등 과학기술 분야의 난제를 이공계 학생들과 풀어갔다.
그랜드 퀘스트 총괄 책임을 맡은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 다룰 질문들은 답이 없지만 그 해답의 꼬투리를 잡아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미래를 선도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인재 컨퍼런스 이후에는 최 회장과 재단 장학생들이 모여 AI로 복원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을 영상으로 접하는 내부 행사도 진행됐다. 최 선대회장의 설립 철학을 기리며 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비전과 미션도 함께 제시됐다.
최 선대회장이 1974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기업명이나 설립자 아호를 재단 명칭에 넣지 않고 ‘우수한 인재 양성’이라는 과제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담아 설립됐다. 지금까지 재단은 1000명에 가까운 박사 학위자와 5000명이 넘는 인재를 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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