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서 앞서 나가려면 속도감 있는 개발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ADC 기술이 초기에 비해 성숙하고 개발업체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27일 서울 용산 로카우스호텔에서 열린 ‘2024 제약바이오산업 혁신포럼’에서는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ADC 개발 동향 및 전략이 소개됐다. 리가켐바이오(14108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피노바이오, 인투셀 등 국내 ADC 업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들이 모여 각 사의 개발 현황과 연구 전략을 공유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만 표적 치료하는 기술이다. 폭탄을 실은 유도미사일에 비유된다. 구조가 복잡해 개발과 제조 과정이 까다롭지만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덜 미치면서도 암세포에 약물을 정확하게 투입해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해 25억 7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ADC 시장은 116억 5000만 달러 규모에 달했다. 올해는 127억 5000만 달러, 2033년까지 286억1000만 달러로 연평균 9.4% 증가할 전망이다. 2022년 신규 ADC 임상시험은 340건으로 2020년 100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ADC 치료제 개발의 핵심을 ‘속도’라고 봤다. 서근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타깃 항원이 제한적이라 이제부터는 속도 싸움”이라며 “임상 속도를 높여 빨리 승인을 받아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DC는 항체, 페이로드(약물), 항체와 약물을 잇는 '링커'로 구성된다. ADC 개발 초기, 링커나 페이로드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을 때에는 개발이 늦어도 기술력이 좋으면 시장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ADC 기술이 전반적으로 성숙된 상황에서 경쟁력은 임상에서의 속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 치료제는 15개로 이 중 10개 이상이 2018년 이후 승인 받았다. 기술이 성숙된 시점과 맞물려 승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리가켐바이오가 속도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여러 타깃에 대해 속도감을 높인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리가켐바이오는 2019년 ADC 후보물질이 8개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3배로 늘렸다. 글로벌 상위 29개 기업이 보유한 ADC 파이프라인은 총 224개라는 점에서 리가켐바이오가 11%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제약산업 정보업체 사이트라인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5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전략은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달 오노약품공업과 1조 원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7건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기술이전 최대 계약금 규모는 7조5000억 원 가량이다.
국내 ADC 생산시설이 생기면 ADC 치료제 개발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ADC 생산은 진입장벽이 높아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ADC 생산 소재, 장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해외에 의존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에 올해 준공을 목표로 최대 500ℓ 규모의 ADC 전용 시설을 건설하는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