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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 확보’ 기간 3주 남았다…19일 주주명부 폐쇄 [시그널]

■임시주총 내달 23일 확정

당분간 우호 지분 확보경쟁 가열

주가 일주일새 30% 뛴 고려아연

매입 부담속 최윤범 자금력 관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 및 이사회 의장 사퇴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까지 약 3주가 남은 만큼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요청한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르면 3일께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잡은 임시 주총일은 내년 1월 23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달 19일 또는 23일께 주주명부가 폐쇄된다.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약 3주 정도 남은 셈이다. 영풍 측은 지난달 27일 법원 심문 기일에서 늦어도 1월 16일 전에는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인 것은 의장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만약 법원이 영풍 측의 소집 요구를 인용한다면 개최 시기는 비슷하더라도 의장 역할이 영풍·MBK측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25일 90만 3000원에서 29일 118만 원으로 일주일 새 30.67% 급등했다. 임시 주주총회 개최 결정이 임박해 옴에 따라 영풍·MBK와 최 회장 측의 지분 매입 경쟁이 예상된 영향이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MBK 83만 원, 고려아연 89만 원)를 훌쩍 넘는 100만 원대 가격에 매수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졌지만 남은 3주간 추가 지분 매입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영풍·MBK의 지분율은 39.83%, 최 회장 측은 17.18%이다. 최 회장의 우호 세력 지분을 모두 더해도 약 34%로 MBK에 5% 포인트 정도 뒤쳐진다. 실탄이 충분한 MBK는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적은 양을 꾸준히 매수해 나갈 계획이다.

최 회장 측도 최근 장내 매입 경쟁에 본격 나섰다. 최 회장의 어머니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최 회장 일가는 약 260억 원을 투입해 추가로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였다. 고려아연 지분 1.92%를 들고 있는 영풍정밀도 지난달 28일 최대 400억 원어치(2만 5000주 안팎) 주식을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단 확실한 백기사가 등장하지 않는 한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투자증권(0.8%) 등 우호 세력 일부가 지분을 처분했고, 아직 공시 되지 않았지만 추가로 우호군 일부가 지분을 팔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지난 10월 설립한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기존에 보유한 1.41% 자사주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지난 10월 주주 명부 폐쇄일 직전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분 매입 기대감으로 당분간 우상향 가능성은 높지만,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등에 따른 변동성이 클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임시 주총 개최일이 결정되면서 양측의 의결권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위탁운용사가 보유한 상당 물량을 처분하는 등 약 절반 가량을 매도해 현재는 3~4%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때처럼 중립을 지킨다면 MBK 측이 상당히 유리해진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한편 영풍 측은 임시 주총 안건으로 14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집행 임원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가 12명, 영풍·MBK는 1명이어서 더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입성시켜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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