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덕분에 한국에서 중식 등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이금기 원스텝 춘장 스파우트팩’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홍콩 기반 소스 전문 기업 ‘이금기’의 앤디 진 한국총괄이사는 지난 달 29일 홍콩 이금기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국내 굴소스 시장 35%를 점유하고 있는 이금기는 1996년 오뚜기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했다.
현재 이금기가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소스는 총 62종으로 지난해에만 690억원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136년의 역사를 지닌 이금기는 홍콩, 중국 신후이, 황푸, 지닝,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미국 로스엔젤레스(LA)까지 6개의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300여 종 이상의 소스와 조미료를 1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금기는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금기 소스의 국내 판매량은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 간 거래(B2B)로 판매되는 벌크 사이즈(2㎏)는 일부 제품들이 품절되는 현상도 빚고 있다.
이날 찾은 중국 신후이 공장은 끊임없이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곳은 3000개 이상의 간장 탱크가 설치돼 있으며, 시간 당 4만8000병이 생산된다.
이금기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00만 병.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인 510g 한 병의 가격은 평균 4380원으로 닐슨 기준 전체 액상소스류 카테고리 평균 가격(4632원)보다 저렴하다.
중국 공장을 총괄하고 있는 토니 목 이금기 글로벌 매뉴팩쳐링 부사장은 “한국 시장은 한식에 이어 중식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치킨파우더, 프리미엄 노두유, 액상 치킨스톡 등 이금기의 제품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2012년 이후로 두 자릿대의 연간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금기는 한국시장을 비롯해 국가 별로 맞춤형 소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금기는 굴소스를 필두로 간장, 두반장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한국에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소스의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마라맛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한국 시장을 공략해 마라맛 2단계를 국내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며, 곧 3단계 소스도 출시할 예정이다.앞서 이금기가 20년 전 ‘중식의 대가’로 꼽히는 여경래 셰프와 함께 배합비를 만든 ‘이금기 원스텝 춘장 소스’는 여 셰프가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면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도디 홍 코퍼레잇 어페어 부사장은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소비자 선호도 등을 조사한 뒤 상품을 개발한다”며 “공장의 모든 운영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패키징할 때도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금기는 한국 시장이 중요한 만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도 넓혀가고 있다. 2007년부터 매년 대학생, 직업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이금기 요리 대회’는 올해로 19회째를 맞았다. 지금까지 1만4000명 가량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오는 7일 부천에서 열릴 이금기 요리 대회는 여경래 셰프, 박건영 셰프, 이보은 요리연구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아울러 중식 대가 등을 초빙해 인재 육성 특강도 진행할 뿐 아니라 노인 복지관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급식 지원 등도 아끼지 않는다.
토니 부사장은 “이금기가 136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꼼꼼한 품질 검수 뿐 아니라 AI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디 이사는 “레시피북인 중식보감 제작 등 한국 시장만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백 번 훌륭해도 한 번 잘못하면 소용이 없다(100-1=0)'는 창업주의 정신을 따라 품질 테스트 기준을 더욱 철저하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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