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 증시 체력이 어느 때보다 약해진 만큼 추가적인 충격에도 시스템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5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36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긴급현안 간담회를 열고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전체 증권사의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도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적이고,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는 등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요 선진국 증시와 달리 국내 증권시장 체력이 어느 때보다 약화된 상태로 국내외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시장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비상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하고,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상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철저한 내부통제도 주문했다. 증권사 CEO들은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 급격한 자금인출 등에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응답했다.
최근 발생한 증권사 금융 사고에 대한 지적과 함께 리스크 관리도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선물 매매로 13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낸 것에 대해선 내부통제 부실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본부장 등 책임자에 의한 ‘수직적 내부통제’와 리스크·준법 등 관리부서에 의한 ‘수평적 내부통제’ 관점에서 감시·견제 적정성을 CEO 책임 아래 정밀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금융 사고는 투기거래에 의한 트레이딩 수익이 ETF LP 부서의 성과급 산정에 반영되도록 설계된 부적절한 성과보수체계도 영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증권사 업무단위별로 본연의 업무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성과보수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기업공개(IPO) 주관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점도 꼬집었다. 최근 증권사들은 IPO를 진행하면서 공모가격 부풀리기, 중요 투자판단사항 미기재, 실권주 인수 등으로 보유한 주식을 상장직후 대량 매도 등 발행사나 증권사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가 연거푸 발생하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매각을 편법 지원하기 위해 일반투자자 청약을 최소화하는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이해상충 관리를 해태하거나 주관사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도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마무리해 자본시장과 국민 자산을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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