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가 최근 한국과 중국 간 관계 정상화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 후폭풍으로 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돼 한국 외교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조금씩 복원된 한중 관계가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이 방한하며 정점을 찍는 그림을 기대했지만 우리 정상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불확실해졌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국가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윤 대통령 체제에 누가 APEC에 오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한중 협력을 두텁게 할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역시 성과를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2015년 발효된 한중 FTA는 그간 한한령 등 양국 관계 악화로 진전되지 못했다. 최근 한중 관계 개선을 발판 삼아 서비스·투자 부문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는데 정부 의사결정 체계가 정상 가동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국과 미국·일본 간 협력에 균열 조짐이 있는 것도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 간 밀착으로 한미일이 손잡으면서 중국이 자유 진영의 ‘약한 고리’인 한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계엄 사태로 한미일 협력이 흔들리면 중국의 기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 벌어지는 윤 대통령 퇴진 운동을 소재 삼아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비방해오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 파장에 관한 소식이나 반응을 싣지 않았다. 대외 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도 마찬가지다.
앞서 노동신문은 매주 1회 정도 반(反)윤 단체 동향을 다루다 이달 들어서는 1일 서울대 교수들의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소식을 시작으로 2일 범국민항의행동, 3일 종교인 시국선언운동, 4일 파쇼 악법 폐지 요구 등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의 반정부 시위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계엄 사태라는 북한의 구미를 당기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며칠 내로 보도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촛불 시위 등 한국 정치 중대 상황에 생각보다 크게 반응 안 했던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