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DB그룹 경영진과 임원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에 나선다.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창업주가 별다른 기업 경영에 별다른 기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급여를 챙긴 데 반발한 것이다. DB하이텍은 5일 기준 주가가 연초 대비 42.06% 추락하는 등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소액주주와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창업주)를 포함해 김남호 DB그룹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사장,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한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경영진의 행위로 손해를 입었을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소액주주 측은 김 전 회장이 2020년 7월 장남인 김남호 DB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수십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상법상 선관주의의 의무와 충실의 의무를 위반해 김 전 회장에게 근거없는 보수를 지급한 DB하이텍 이사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측은 범용 D램과 같은 레거시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둔화되고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DB하이텍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긴박한 시장 환경 속에서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김 전 회장이 수억 원의 급여를 받아가는 건 방만 경영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과거 2020년 가사도우미 피감독자간음 혐의를 받으며 장남에게 DB그룹 회장직을 넘겼다. 이후 김 전 회장은 2021년 급여로 18억 4500만 원을 챙겼다. 2022년에는 31억25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김남호 DB그룹 회장(30억 8900만 원)보다도 더 많은 34억 원을 급여로 받으며 DB하이텍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기록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액 주주 플랫폼인 액트에서 전자서명을 통해 주식을 위임받아 진행된다. 액트에는 현재 소액주주 1515명, 지분율 5.22%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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