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효율화 확대를 위해 ‘한국형 그린버튼’ 구축에 속도를 낸다. 그린버튼은 미국에서 15GW 이상의 전력 소비를 줄이며 주목받았는데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공지능(AI) 분석과 데이터 활용 등으로 에너지 분야에 혁신 기업을 다수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열·전력·가스 등 에너지별로 분산된 공공기관과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사용량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른바 한국형 그린버튼 시스템이다. 지난해 4월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착수한 한국형 그린버튼 플랫폼은 시간·일·월 등 다양한 타임라인의 에너지 사용량을 추출해 소비자에게 시각적 도표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전력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고 개인별 소비 패턴에 맞춘 효율적인 소비 절감 방안을 제안받을 수 있다. R&D 참여 기관은 한국전력과 전자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10여 곳이다. 시스템 개발은 굿모닝아이텍이 맡는다. 2026년까지 한국형 그린버튼 설계·구축을 위한 R&D 비용은 총 170억 원이 투입된다.
그린버튼은 2012년 미국 에너지부와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민간기업의 협력으로 첫선을 보였다. 미국 20여 개 주와 캐나다 일부에서 현재 운영 중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현지 전력 회사와 가스 회사는 70여 개사에 달한다. 북미에서는 이들 유틸리티 기업이 그린버튼을 도입하도록 법제화했다. 그린버튼 시행 이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만 15GW의 전력 소비가 줄었는데 이는 15기의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그린버튼 플랫폼을 구축하면 에너지 수입 부담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린버튼 내 데이터를 스마트홈 기기와 연결해 에너지 관리를 자동화할 수 있다”며 “스마트 계량기를 통해 가정별 에너지 소비량을 시차 없이 파악하고 이에 맞춰 대응할 수 있어 효율적인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버튼 생태계 확대는 정체된 에너지 산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절약 전문 기업 등록 업체는 1992년 4곳에서 2016년 335곳까지 늘어난 후 정체기를 맞았다. 지난해 등록 업체는 241곳에 그쳤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13년 3233억 원에 달했으나 2023년 1163억 원으로 축소됐다. 전력 업계에서는 그린버튼 플랫폼이 개통되면 AI 분석 및 금융·통신 등 데이터와 결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전력과 금융·통신 등 각종 데이터를 결합한 스타트업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금융 업계의 토스와 같은 기술 기반 유니콘 기업이 에너지 산업계에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데이터 공유·전송 비용 등과 관련한 제도 마련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에 한국판 그린버튼 플랫폼에 축적되는 데이터를 에너지 절약 전문 업체 등에 제공하도록 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와 민간 업계 등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며 제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올겨울 전력 수요 증대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 계층 등을 대거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 1월 셋째 주 평일 기준 최대 전력 수요가 92.8~97.8GW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취약 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동절기 지원 단가를 1만 원 인상하고 사용 기간도 1개월 연장했다”고 언급했다.
※공동기획: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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