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한국 시장 반응이 즉각적이었지만 이번 사태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았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대니얼 모스는 5일(현지 시간) “자본주의가 한국 민주주의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숨은 영웅)”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따른 시장 반응을 이같이 평가했다. 신속하지만 제한적이었다고 본 것이다.
그는 먼저 계엄 선포 직후 원화 가치가 폭락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하자 빠르게 회복했다고 짚었다.
계엄 해제 전 원/달러 환율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2년여 만에 최고인 1444.09원까지 찍었지만 이후 1414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대표 기업들에 투자할 때 쓰는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상장지수펀드(ETF)는 3일 장중 7.1%까지 떨어졌다가 1.59% 하락 마감했고, 4일에는 0.72% 반등에 성공했다.
채권은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가 4일 전장 대비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으로 장을 마쳤지만 ‘피바다’(bloodbath)라고 부를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모스는 평가했다.
또 당국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던 덕분에 신뢰를 불어넣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증시가 문을 닫거나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등의 공황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당국자들이 소란 없이 시스템을 백스톱(backstop·방어)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제가 앞으로 순항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1%대 미만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주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의 신호를 보낸 바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한국 정치 시스템의 회복력을 경제 발전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전쟁 이후 군부 정권의 급속한 산업화, 정치적 발언권을 키운 중산층의 성장,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처음으로 야당 정치인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점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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