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던 고정관념을 깨는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 트렌드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반대 성별을 겨냥해 출시된 상품이나 중성적인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여성 아이템으로 여겨졌던 패션 제품들이 남성 소비자들을 상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9~11월 무신사에서는 부츠로 유명한 ‘어그(UGG)’ 브랜드 구매 고객 중 남성 비율이 38%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어그 부츠는 둥근 앞코와 포근한 양털 소재가 특징이다. 이제는 성별 구분 없이 사랑받는 겨울 상품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니트 소재 ‘바라클라바’도 남성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패션 브랜드 줄리아페페의 ‘클래시 스트링 바라클라바’는 여유로운 후드 사이즈와 기장감으로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무신사 기준 구매자의 약 26%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얼리 업계에서도 젠더리스 바람이 거세다. 29CM에 따르면 올해 9~11월 남성 주얼리 구매 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29CM 관계자는 “BTS 뷔, 라이즈 멤버들, 배우 이동휘, 박서준 등 남성 셀러브리티들의 주얼리 스타일링이 화제를 모으면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남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트위드 재킷도 남성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세터’의 ‘아헨 울 블렌드 칼라 트위드 재킷’은 11월 거래액이 전월 대비 4배 늘었다. ‘문선’의 ‘유니섹스 모헤어 트위드 가디건 재킷’ 역시 같은 기간 50% 신장했다.
남성용으로 인식됐던 상품이 최근 여성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반대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LF가 운영하는 ‘히스(HIS) 헤지스’의 여성 고객 매출은 34% 증가했다. 히스는 2030세대를 공략하는 헤지스의 서브 브랜드다. 이름처럼(HIS) 본래 남성층이 주 고객이었지만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 패션이 유행하며 여성 구매가 크게 늘었다. LF 헤지스 관계자는 “판매 1위인 ‘캐너비 발마칸 코트’의 제일 작은 사이즈(XS)를 오버핏으로 착용한다는 여성 고객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남녀 옷을 규정하는 고정관념이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패션이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며 “다양한 브랜드에서 성별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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