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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3조 지분 안 파는 한화, 최윤범 백기사로 재부상 [황정원의 Why Signal]

한화그룹 보유 지분, (주)한화 시총 1.4배

취득가 감안하면 3배 가까운 수익 기대

"당장 매각해야" 소액주주 요구 거세져

고려아연 한화 지분 처분시 합의 의구심

의결권 공동행사 공시 없어 제동 걸릴 수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지분 확보 경쟁으로 고려아연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주)한화(000880) 소액주주들의 고려아연 보유 지분 매각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취득가의 3배 가까운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에도 한화그룹은 전혀 꿈쩍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최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한화 소액주주들은 고려아연 주가가 지난 6일 주당 240만원까지 치솟자 “보유 지분 1.2%를 당장 매각해야 한다”며 포털 종목게시판을 중심으로 성토를 쏟아냈다.

6일 종가 181만3000원 기준으로 (주)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23만8358주의 가치는 약 4504억 원에 달한다. 일부는 “지금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주)한화의 이사회 멤버 모두 배임에 해당된다”고 호소했다.

한화그룹은 (주)한화(1.2%), 한화임팩트(1.8%),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4.8%) 등 3개 기업을 통해 고려아연 주식 7.8%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7.8%는 (주)한화 시총(2조 801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6일 종가 기준 2조9277억 원에 이른다.

(주)한화는 지난 2022년 11월 24일 고려아연 자사주 23만8358주를 주당 65만8000원에 장외에서 사들였고,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은 2022 년 8월 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신주 99만3158 주를 주당 47만5000 원에 취득했다. 한화임팩트는 2021년 4월 1일부터 8월 6일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37만3820주를 장내에서 증권신탁계약에 따라 주당 50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3개사 모두 취득가의 3배 수익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랐음을 감안해도,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지분을 상당량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0.8%), 블루런벤처스(BRV),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등 소수 지분을 보유했던 우호세력은 이미 차익을 보고 처분한 바 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다음 달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 회장의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화그룹이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 달 6일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주)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넘긴 이후 다시 시장에 나돌기 시작했다.



이 지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2022년 11월 24일 한화그룹과 전략적 사업제휴 관계를 위해 양측의 자사주를 맞교환키로 하면서 보유했다. 당초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로 해당 지분의 3년 간 처분제한기간을 두고 있었지만, 이사회 결의 없이 양측 합의로 전격 이뤄졌다.

주목할 부분은 고려아연이 (주)한화 지분을 처분한 것에 상응하는 한화그룹의 고려아연 보유 지분 매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양측의 지분 보유가 상호적 관계에 따라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의 (주)한화 지분 처분에 상응하는 (주)한화의 고려아연 지분 처분이 있어야 자연스럽다.

일각에서는 이 거래의 근저에 고려아연 최 회장과 한화그룹 간에 모종의 다른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내비친다. (주)한화 지분 거래 자체만 놓고 보면 한화그룹 오너 일가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였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3남이 100%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주)한화 지분 7.25%를 가져오면서 오너 일가와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지분 56.1%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고려아연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오히려 2022년 취득가인 주당 2만8850원보다 저렴한 주당 2만7950원에 매각해 약 49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화그룹과 최 회장 사이에 한화의 백기사 역할에 대한 어떤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최 회장과 한화그룹은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공동보유자로서 공시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주)한화 지분을 한화에너지에 넘기면서 한화그룹 측에 의결권 공동 행사 등의 별도 합의를 맺었다면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로 간주된다”며 “만약 이를 공시하지 않았을 경우, 공시 위반으로 의결권 행사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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