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무산 등 정치적 불안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자 금융 당국이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과 연속적으로 만나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경제·금융 상황을 정치와 분리해 판단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외국계 금융회사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를 비롯해 17개 외국계 은행·증권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나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 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밸류업,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 과제들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믿어달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비롯한 주주 친화 정책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등 주주 보호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야권에서도 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결실을 거두도록 협업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밸류업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게을리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법제화 작업과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내년 3월 말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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