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로보택시 사업에서 철수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글(웨이모)이 앞서나가고 테슬라가 진출하는 등 로보택시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철수를 결정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GM은 10일(현지 시간) 로보택시 기술 개발과 투자를 주도해온 자회사 크루즈가 관련 사업의 추가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로보택시는 GM의 핵심 사업이 아니다”라며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에 따라 크루즈의 로보택시 개발에 대한 추가 자본 투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앞으로 크루즈와 GM 개발팀을 통합해 개인 차량용 첨단 운전 지원 시스템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GM 측은 “자율주행 투자를 중단하고 구조조정을 마칠 경우 연 10억 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혼다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도쿄 로보택시 사업 등 해외 진출 계획도 모두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GM은 2016년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크루즈를 인수하며 2030년까지 로보택시로만 연 5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멀티 플랫폼 서비스 회사로의 변신을 예고한 셈이다. GM은 지난해까지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을 로보택시 사업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와 전기차 전환 지연 등으로 재정난이 심화하자 자율주행 사업이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크루즈는 2016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80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냈다. GM는 올 6월 8억 5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크루즈를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로보택시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GM이 철수를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지원을 받는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피닉스·오스틴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지는 가운데 테슬라가 10월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하고 2026년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블룸버그는 “알파벳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모두 수조 달러로 GM(580억 달러)과 비교가 안 된다”며 “GM은 ‘군비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주력인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기술 리스크도 GM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자동차에 치인 보행자가 GM의 자율주행 차량에 깔려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당시 크루즈는 연방 및 주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CEO 겸 공동창업자인 카일 보그트 등 경영진이 해고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