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가 제도 도입 20년 만에 급성장해 인수합병(M&A)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가운데 내년부터 투자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지속 성장하려면 출자자 유형을 다변화하면서 해외 투자 네트워크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일 오선주 삼일PwC경영연구원 이사는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사모펀드 20년 성과와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내년 PEF 운용사들의 투자 회수 규모가 2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성장이 지속되고 투자 이력이 누적되면서 회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규모는 18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 이사는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 기업이 보유기간 4년이 넘었기 때문에 회수 압력이 늘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으로 M&A를 통한 수익실현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모펀드는 2004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사모펀드 수는 1126개로 약정금액이 136조 원에 이른다. 국내 M&A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초반 10% 안팎이었는데 2020년 이후론 30~40%까지 확대됐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M&A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핵심 주체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사모펀드는 제도 도입 취지에 부응하는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투자 회수를 완료한 투자 135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보유기간 3.8년 동안 기업가치가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출자자 다변화, 대외 소통 노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사모펀드 출자자는 연기금, 일반법인, 금융회사 등 일부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자금 모집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국내 민간 모펀드의 여건 성숙과 함께 초고액자산가나 패밀리오피스 등 신규자금원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사모펀드 규모가 커진 만큼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사모펀드가 국가적인 순기능이 있는 만큼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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