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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객실 22만개 디지털화…"오일머니도 잡았죠" [스케일업 리포트]

■H2O호스피탈리티

호텔·레저 시설 디지털 전환 선두주자

아시아 지역 7개 국 34개 도시서 운영

신산업 육성 의지 큰 중동 시장도 진출

"다음 과제는 AI 전환…1위 기업 될것"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앞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직장인 김모씨가 휴가 기간 휴양지 내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호텔이 일반적으로 체크인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대인 만큼 각종 투숙객이 로비에 몰려 있었다. 긴 줄을 선 뒤 호텔 직원으로부터 투숙 서류를 받아 이메일 주소 등 각종 개인 정보를 입력했다. 호텔 각종 업무가 수기로 이뤄지다보니 호텔 문을 들어서 객실 키를 받기까지 수십 분이나 걸렸다. 호텔 로비에서의 이런 지난한 과정은 이미 긴 비행에 지친 투숙객의 호텔 서비스 이용 경험 만족도를 떨어뜨림은 물론이다.

2015년 설립된 H2O호스피탈리티는 고객 만족도 및 호텔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디지털 전환(DX)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체크인·체크아웃, 컨시어지, 식당·피트니스 시설 이용 등 투숙객이 호텔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 절차를 디지털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에 일일이 수기로 입력·처리해야 했던 업무가 줄어들다보니 직원들은 호텔 본연의 업무인 접객에 집중할 수 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각종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주목을 끌면서 현재 7개 국 34개 도시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동 시장에 안착하는 성과를 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현재 전세계 약 22만 개 객실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호텔 자체 웹사이트를 비롯해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 수십개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발생하는 예약 업무 자동화를 비롯해 영업, 마케팅, 결제 관리 등 각종 업무를 디지털화·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예약 업무의 경우 기존에는 호텔 내부 예약실이나 리셉션 직원이 접수된 예약 건을 자체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을 없앴다. 특히 세계 1위 호텔관리시스템(PMS)인 ‘오페라’에 솔루션을 연동해 효율성을 높였다.

◇코로나19 기회로 전환=H2O호스피탈리티는 약 10년 전 설립 초기에는 국내 에어비앤비 객실을 청소·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 창업자인 이웅희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호텔 산업에 진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기업인 만큼 4·5성급 호텔과 협업할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2016년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배치 발표를 중국이 문제삼으며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 국내 에어비앤비 이용객 상당수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이 대표는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H2O호스피탈리티는 이 당시 청소 서비스로 서울 강남구 등 국내 일부 지역에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가정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피봇팅)할 수 있었지만 그는 본래 꿈인 호텔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이때 결심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글로벌 투자 회사인 500글로벌을 통해 일본 도쿄 내에 디지털 전환을 원하는 숙박 시설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2017년 일본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H2O호스피탈리티가 일본에서 최초로 확보한 기업 고객은 도쿄 내 8실 규모의 작은 호텔이었다. 이 호텔 운영주는 운영 업무 상당 부분을 디지털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이려 했다. 이 대표는 그를 만나 “호텔 업무의 80%는 자동화할 수 있다”며 설득을 했고 결국 이 호텔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8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60실, 80실 정도로 고객 규모가 커졌다”면서도 “하지만 타킷인 4·5성급 호텔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이때 전화위복이 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국내외 호텔 산업은 ‘저가항공’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항공비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저가항공이 늘어나면서 해외 여행객이 동반 증가했고, 이 덕분에 호텔들은 디지털 전환 없이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팬데믹이 발발하자 상황은 변했다. 이 대표는 “투숙객이 급감하자 상위 호텔 체인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각종 방법을 찾게 됐다”며 “이 때를 기점으로 4성급, 5성급 호텔 브랜드에도 우리의 솔루션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일머니' 중동 진출 성공=H2O호스피탈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두바이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중동 시장은 현지 왕족이나 정부 기관의 입김이 세 조직 규모와 인지도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이 진출하기는 어려운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투자사 중 한 곳인 스파크랩에서 중동 진출에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며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의 주선으로 지난해 현지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을 할 기회가 있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중동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지난해 중동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올 초 UAE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과 ‘투자 지원 사업’ 계약을 맺었다. ADIO가 H2O호스피탈리티에 직접 투자를 한 뒤 사업 파트너 물색 등을 통해 사업 확장을 돕는 것이 골자다. H2O호스피탈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현지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NTDP와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받기로 했다. 현지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다보니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개발기금(TDF)이 주최한 관광 혁신 기업 설명(IR) 행사 등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는 등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현재까지 구축한 사업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할 계획이다. 호텔 테크(기술) 산업 진출 이후 최근까지는 단일 호텔과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기업 고객을 늘렸지만 최근에는 수백 개 호텔을 보유한 유명 브랜드와 협의를 이어가는 등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유수 브랜드와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미국이나 추후 유럽 등에 진출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추후 또 다른 중장기 목표는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다. 이 대표는 “AI 시대의 도래를 100% 확신하고 있다”며 “다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숙박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어 AI 시대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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