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세워진 국제금융센터가 12·3 계엄 사태 이후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과 전망을 전하지 않고 있어 워치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금센터는 지난주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 대한 해외 투자은행(IB)이나 투자자들의 분석을 담은 리포트를 공개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금센터가 매일 올리는 ‘국제금융 속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월가, 중국 경제 동향을 상세히 전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시장과 성장에 대한 주요 기관의 평가는 없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을 전하는 코너인 ‘해외시각’은 지난달 19일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국금센터는 한국의 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산업활동동향·수출입동향 등이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씨티와 노무라·HSBC 등 해외 주요 금융 기관의 평가를 정리해 발표해왔다. 주간·월간 보고서 등에서도 정치 리스크로 인한 한국 경제 영향에 대한 분석은 담기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금센터 리포트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데 최근 정치 상황에 따른 자본 유출, 환율 상승 등에 대한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신과 국내 금융사들을 통해 해외의 반응을 체크할 수는 있지만 국금센터가 이를 종합 정리해 국민들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엄 사태 이후 나흘간 144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할 정도의 초대형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제 역할을 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국금센터는 미국에 뉴욕사무소까지 두고 있다. 월가의 분위기를 국내에 전달하라는 취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쪽을 지원하느라 그랬을 수는 있겠다”면서도 “정부 지원과 대국민 서비스는 다르다. 국책연구기관이면 정부 지시를 따르느라 다른 보고서를 발표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금센터 측은 “최근 인력이 줄어든 영향이 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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