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사태와 잇따른 탄핵 정국으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퇴출제도 개선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증시의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밸류업을 뒷받침할 세부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올 7월 자본시장연구원에 발주한 ‘증권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의 기한이 당초 이달에서 내년 1월로 연기됐다. 연구용역과 관련된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정치적 국면이 복잡하다 보니 연구용역 기한이 연기된 측면이 있다”며 “추가로 연기될지 여부는 다음 달 상황을 보고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금융위원회와 거래소가 이른바 ‘좀비기업’의 퇴출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발주한 용역이다. 상장사가 2년 연속 감사 의견 부적정(의견 거절, 한정 포함)을 받을 경우 즉각 상장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에는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해도 이의신청 등을 통해 거래 정지까지 최대 20개월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조건 충족 시 즉각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실적 요건도 강화한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50억 원, 코스닥 시장은 40억 원이지만 이를 각각 300억 원, 100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출액은 각각 50억 원, 30억 원에서 두 배 이상 상향할 방침이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현재 시장구조를 시가총액 기준에 따라 1부와 2부로 나누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연구의 기한이 연기되면서 실제 개선된 퇴출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번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각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해 제도를 수정·보완 후 시행할 계획이었다”며 “연구용역이 밀리면서 이런 과정이 모두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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