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인공지능(AI) 에이전트(비서)를 활용한 연구 플랫폼 ‘버추얼랩’을 사전논문 출판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이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용 물질 나노바디(단일도메인항체) 92종도 새로 설계했다. 버추얼랩은 AI 연구책임자(PI), AI 면역학자, AI 머신러닝(기계학습) 전문가, AI 계산생물학자, AI 비평가 등 각 분야에 특화한 AI 과학자들이 모여 협업하는 AI 연구실이다.
올해 노벨상 주인공인 단백질 분석 AI모델 ‘알파폴드’와 ‘로제타’도 플랫폼에 통합해 AI 과학자들이 직접 사용한다. 과학계 AI 혁명이 알파폴드 같은 특화모델을 넘어 챗GPT처럼 인간 과학자가 간단히 명령만 내리면 모델 사용 등 할 일을 AI 스스로 수행해 결과물을 내놓는 대화형 서비스인 AI 비서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스탠퍼드대뿐 아니라 빅테크를 포함한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과학 연구에 특화한 AI 비서 개발이 활발하다. 챗GPT 같은 범용 AI 비서와 달리 논문과 복잡한 방정식, 분자구조 등 과학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은 11일(현지시간) 새로운 생성형 AI모델 ‘제미나이2.0’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AI 비서 ‘딥 리서치’를 공개했다. 딥 리서치 역시 버추얼랩처럼 AI가 직접 단계별 연구 계획을 짜주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웹 검색 등으로 모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준다. 몇 시간짜리 작업을 몇 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달 범용 AI 비서 ‘코파일럿’에 이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지구과학에 특화한 ‘어스 코파일럿’을 선보였다. NASA의 인공위성이 수집한 100PB(페타바이트·100만 GB) 규모의 지구관측 데이터를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도 수 초만에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대화형 서비스다. 지형지물과 해수 온도는 물론 삼림 벌채와 허리케인 사이의 관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기질 변화 등 데이터를 제공해 다양한 지구과학 연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본 스타트업 사카나AI는 ‘AI 사이언티스트(AI 과학자)’를 선보였고, 글로벌 학술정보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도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웹 오브 사이언스 리서치 어시스턴트’라는 과학 특화 AI 비서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원자력 분야에 특화한 ‘아토믹GPT’를 전날 공개했다. 아토믹GPT는 원자력 분야 공개논문·사전·규정집·보고서 등을 학습해 보고서 작성, 규제 준수 검토, 기술 검증, 표준화 절차, 형상 관리 등 업무를 돕는다. LG AI연구원은 범용 AI 비서 ‘챗엑사원’에 분자 구조와 물성 분석 등 신소재 연구를 돕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비즈는 전 세계 과학 분야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올해 54억 달러(약 7조 7000억 원)에서 2032년 459억 달러(약 65조 7000억 원)로 연평균 3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 특화 AI 비서는 대학·연구기관을 넘어 산업계에서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R&D는 기업 입장에서 AI 도입을 통해 (다른 업무보다도) 시간을 가장 많이 단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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