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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해진 정부 전망…‘경기회복’ 문구 14개월만에 삭제

■계엄 사태 후 첫 경기 진단

'내수회복' 진단도 2개월째 없어

車판매 감소세…건설업도 부진

"그동안 지나치게 낙관" 지적도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 사무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 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찢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 이후 내놓은 첫 경기 진단에서 ‘경기회복세’라는 문구를 1년 2개월 만에 삭제했다. ‘내수 회복 조짐’ 진단도 2개월 연속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고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3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 진단이 크게 바뀐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언급했던 ‘경기회복’이라는 표현을 넣지 않았다. ‘계엄’ ‘탄핵’ 등 정치와 연관된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커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향후 우리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안정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표현했던 물가 상황 판단은 이번에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한 걸음 후퇴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 역시 지난달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에서 이달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표현으로 수정됐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탄핵 정국 당시의 판단을 참고해 가장 적합한 표현을 고심했다”며 “다만 하방 위험이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는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7% 줄며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하며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백화점 카드 승인액도 지난달 5.5%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율도 8월 79%, 9~10월 54%에서 지난달 37%로 내려앉았다.

건설업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건설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과 설비투자는 각각 전월 대비 4.0%, 5.8% 감소했다. 향후 건설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10월 건설 수주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1.9% 줄었다. 수출 성장세 둔화도 뚜렷하다. 지난달 수출액이 지난해 11월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율이 9월 11.0%, 10월 4.6%였음을 고려하면 증가세 둔화 속도가 가파르다.

이렇다 보니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그동안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대외 통상 환경이 어려워지는 등 하방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은 최근 정치적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있었던 요인”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데 정책을 펼치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 돼 경제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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