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204개의 찬성 숫자만큼 관심을 모은 게 무효표와 기권표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 192명이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효와 기권을 행사한 이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보인다.
1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무효 8표 중 세 개는 ‘기권’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고, ‘가’와 ‘부’를 같이 적은 의원도 2명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가’ 옆에 커다란 점을 하나 찍었고, 알 수 없는 한자를 적은 표도 나왔다. 작은 점이 찍힌 투표용지도 있었다.
인사(人事) 관련 국회 무기명투표는 수기(手記)로 진행된다. ‘가(可)’나 ‘부(否)’를 한글이나 한자로 정확하게 적지 않는 표는 모두 ‘무효’로 분류된다. 글자 옆에 점만 찍어도 무효표다. 투표용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으면 ‘기권표’가 된다. 이번 탄핵안 과정에선 기권이 3표 나왔다.
표결에 감표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야당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당론과 소신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무효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투표를 앞두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에게 ‘표정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더라도 ‘탄핵’이라는 행위 자체가 헌정사의 불행인데다, 앞으로 3년 6개월을 함께 지내야 하는 여당 의원들의 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감표위원을 맡았던 또 다른 야당 의원은 “누가 감표위원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포커페이스’에 대한 주문이 사전에 내려왔다”고 회고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상중(喪中)에도 표결에 참여에 화제를 모았다. 이 의원은 며칠 전부터 부친의 위독 소식을 들었지만 국회를 뜰 수 없었다. 언제 다시 국회가 폐쇄되는 비상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표결 당일에도 국회를 지키던 이 의원은 가족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결국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빈소가 차려지는 것만 지켜본 뒤 곧바로 국회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이후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야 빈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이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청와대 황제 국악 공연 관람’ 논란을 밝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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