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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PEF '실탄 10조'…이젠 투자전쟁 열린다 [시그널]

올 블라인드펀딩 잇따라 마무리

MBK 3.5조, 한앤코는 2조 여력

내년에도 대기업 사업분할 활발

금리인하기 M&A시장 불붙을듯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SK스페셜티 본관 전경. 사진 제공=SK스페셜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하나둘 조(兆) 단위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10여 개 대표 PEF 하우스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만 10조 원에 달하는 만큼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인수합병(M&A) 시장 매물이 대거 소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 추정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표 10개 PEF가 지분 투자에 쓸 수 있는 여력은 약 10조 원이다. 운용사들이 통상 블라인드펀드 설립 후 5년 이내에 투자를 마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설립 2~3년차를 맞는 펀드들은 본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PEF들이 올 한 해에는 여러 연기금·공제회 경쟁 입찰(컨테스트)을 통해 치열하게 자금 모집 경쟁을 펼쳤다면 내년부터는 투자 전쟁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업계는 내년 금리 인하기를 맞아 그간 M&A에 걸림돌이 됐던 기업가치 평가 간극(밸류에이션 갭)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최근 6호 블라인드펀드를 7조 원 규모로 2차 클로징(마감)했고 앞으로 그 규모를 총 9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일반적으로 블라인드펀드 자금의 50% 정도를 국내 투자에 사용하는데 아직 3조 5000억 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올 7월 4조 7000억 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루트로닉과 SK(034730)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인수에 투자했다. 또 SK스페셜티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내년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2조 원 규모로 펀드를 클로징하고 본격적으로 투자처를 살피고 있다. IMM PE는 올해 로즈골드 5호 펀드 자금 중 30% 정도만 에코비트, 에어퍼스트, UTK 인수 등에 소진해 투자 여력이 아직도 넉넉하다. 로즈골드 5호에는 총 52개 기관이 출자했다. 스틱 역시 오퍼튜니티 3호 자금을 재원산업, 녹수, 티맥스소프트 등에 썼다.



중형급인 프랙시스캐피탈, JKL파트너스, VIG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펀드 결성 일정과 규모가 엇비슷하다. 이들 PEF는 올 하반기 새마을금고, 노란우산공제,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의 출자 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늦어도 다음 달까지 약 6000억 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자금 규모를 1조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이들 가운데 JKL파트너스는 자금 규모를 다소 적은 8000억 원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고 프랙시스캐피탈은 목표액을 설정하지 않았다.

실탄 확보뿐 아니라 M&A 시장에 대규모 매물이 여럿 쌓였다는 점도 내년 중대형 PEF들의 치열한 투자 경쟁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시장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MBK), 케이카(한앤코), 하나투어(039130)(IMM PE), HPSP(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클래시스(베인캐피털), 프리드라이프(VIG파트너스), 여기어때(CVC캐피탈) 등 조 단위 거래가 예상되는 매물이 상당수 나와 있는 상태다.

국내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 개편(리밸런싱)에 따라 카브아웃(사업부 분할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M&A 투자 경쟁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올해 거래가 완료된 SK렌터카, 롯데렌탈(089860) 외에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사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추가적인 대기업발(發) 카브아웃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EF의 잠재적 경쟁 상대인 대기업들은 최근 리밸런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에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저평가됐다는 분위기가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며 “기존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쪽에서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도 M&A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M&A 시장의 경우 3~5년을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 변수의 영향은 작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IB의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본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최근 “본사가 한국 투자팀에 국내 시장 투자에 유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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