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재계에서 상법 개정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자산 규모 5000억~2조 원인 기업 중 56%는 사외이사 겸직 허용 정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19일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자산 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비금융업) 482개가 올 5월까지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가치 제고를 위해 시장이 이사회에 거는 기대는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기업이 임원 보수, 사외 이사 겸직 허용 등 이사회의 주요 업무에 관한 정책과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외이사 겸직 허용 정책의 경우는 자산 규모 5000억~2조 원 기업 가운데 44%만 마련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을 이사회 스스로 주요 주제로 다뤄야 한다며 △이사회 업무에 대한 필수적인 정책과 절차의 정립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구조적 노력 등을 단계별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 비율도 59%로 상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94%), 영국(85%)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우 집중투표제(3%), 집행임원제도(2%), 선임사외이사 제도(8%) 등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배구조 모범규준 등에서 권고하는 각종 제도의 활용률도 낮았다.
보고서는 나아가 조사 대상 기업이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모두를 아우르는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 비율은 51%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자산규모 2조 원 미만 기업이 해당 위원회를 설치한 비율은 31% 밖에 안 됐다. 현행 상법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설치를 의무화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에게 교육을 제공한 회사의 비율은 74%였다.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은 94%, 2조 원 미만은 64%로 격차가 컸다. 감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2조 원 미만 기업의 교육 실시율은 51%에 그쳤다.
장온균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이사회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제도의 취지와 효익, 실무적 접근 방안 등에 관해 여러 시장 참여자가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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