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9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원·달러 환율이 15년여 만에 1450원대를 넘어서자 외환시장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관련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FOMC 결과로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비상계엄 이후 일시 확대되었던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정치 상황과 결합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지난 9월부터 3차례 연속 인하이다. 연준은 이번에 신규로 제시한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인하 경로를 수정했다. 기존 전망에선 내년 말 3.4%까지 인하를 제시했지만, 수정안에선 3.9%까지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인해 미국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졌고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까지 치솟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됐다.
장중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488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지난 4일 야간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0원을 넘은 뒤 최근 1430원대에서 거래됐다. 2022년 10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당시 기록한 고점(1444.2원)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연준발 쇼크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 “미국 연준은 경제전망(SEP)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높이고 향후 정책금리 전망경로를 상당폭 상향 조정했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러한 결과가 매파적(hawkish)으로 평가되면서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했으며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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