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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10년 늘리고 금리 2.5%P 낮춰…'연체늪' 빠지기전 선제 지원

■소상공인에 2조 금융지원…은행권 '상생금융 시즌2' 가동

영세 부실징후 차주 지원에 초점

기존 대출 장기분할상환 바꾸고

채무조정 돌입해도 금리 안올려

성실 상환자 '햇살론119' 신규지원

상생 정례화땐 은행 부담 커질수도

조용병(왼쪽 세 번째) 은행연합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 지원 간담회'에서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은행권이 금융 당국과 공동으로 마련한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 지원 대책은 ‘상생 금융 시즌2’ 성격으로 심각한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차주들을 금융권이 함께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대출 연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장사가 안돼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그동안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새출발기금’을 포함한 여러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지원 대상은 이미 대출금을 연체했거나 폐업한 사업자였다. 정상적으로 대출을 갚고 있는 사업자의 빚까지 탕감해주면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수 한파가 길어지는 가운데 정치 불안마저 겹쳐 실물경제 충격파가 커지고 있는 만큼 부실 징후가 보이는 차주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소상공인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부실 가능성이 큰 사업자를 개인소득과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우선 가리되 사업장 규모가 영세한 업체를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법인 소상공인의 경우 직전 연도 기준 매출액이 20억 원을 넘기지 않거나 총자산이 10억 원 미만인 경우에만 지원 받을 수 있다. 유흥주점이나 사행성 오락 기구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지원은 제한한다.

지원 대상이 되면 기존 대출을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담보대출의 경우 최대 10년, 신용대출의 경우 최대 5년 만기가 적용된다. 사업자가 조기 상환을 원할 경우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대환하는 대신 기존 대출의 만기를 1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채무 조정 시 은행권이 전과 달리 이자를 올리지 않기로 한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통상 채무 조정 절차가 진행되면 차주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대출금리가 전보다 평균 2.51%포인트 오른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번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기존 대출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전보다 2.51%포인트가량 이자를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는 “현재 5% 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업자가 채무 조정에 들어가면 금리가 재산출돼 7% 이상으로 뛸 수 있다”면서 “채무 조정 전 금리를 일종의 상한선으로 두면 채무 조정에 들어간 차주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채무 조정 절차를 6개월 이상 성실히 이행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햇살론119’ 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해 신규 자금을 내주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개인사업자다. 대출 한도는 최대 2000만 원이며 금리는 연 6~7% 수준으로 책정한다. 이를 통해 연 3만 명의 사업자가 약 6000억 원의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은행권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권은 ‘소상공인 성장 업’ 프로그램을 신설해 수익성과 매출액 증대 등 경쟁력 강화 계획을 입증한 개인사업자에게 최대 5000만 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 지원과 별개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이 상권 분석과 경영지원을 포함한 컨설팅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에 연간 7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련 신청을 3년간 받을 계획이지만 저리 장기 대환대출 상품 만기가 길게는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신청 기간 이후에도 은행은 상당한 이자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단기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도 “성실한 상환이 이뤄져 연체나 부실 가능성이 줄어드는 경우 은행의 부채 리스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측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의 이른바 ‘상생 금융’ 지원이 정례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도 당국의 주문에 따라 2조 원 규모의 이자 환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국이 은행권을 동원해 자영업자의 사업비를 직접 줄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은행권이 보유한 데이터를 소상공인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물꼬를 터주는 식으로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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