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긴축’을 내년 경영 키워드로 정하고, 선제적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최근 급등한 환율 탓에 유연탄 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방 산업인 건설업은 장기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원가 30% 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료가 오르고 환경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은 건설 경기와 무관한 신사업을 강화해 매출원을 다각화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23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제조사는 모두 ‘비상 경영’에 준하는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쌍용C&E는 내부적으로 내년도 국내 시멘트 수요가 4200만 톤을 밑돌 것으로 보고 원가 절감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생산비용 감축 방안으로는 순환연료 사용 비중을 높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내년 수요를 4000만 톤 이하로 예측하고 역시 순환연료 사용률을 높여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요 기업들이 순환연료를 더 많이 쓰려 하는 것은 최근 급등한 환율과 연관이 있다.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주원료인 석회석에 1450~2000℃의 고열을 가해 굳는 성질을 주는데 이때 화석연료인 유연탄이나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순환연료를 쓴다. 유연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변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순환연료의 경우 유연탄 보다는 환율 영향을 덜 받지만 별도 설비 구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또다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순환연료는 고환율 영향을 덜 받는다”면서 “설비 한도 내에서는 순환연료 사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삼표시멘트을 계열사로 둔 삼표그룹은 이종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 하고 있어 건설 경기와는 무관한 신사업을 강화해 매출원을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삼표그룹은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를 통해 로봇주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를 활용해 부동산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은 내수 의존도가 높아 신산업 진출이 필수라 보고 있다”며 “내년 부동산 개발과 로봇 주차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시멘트사 실적은 올 3분기 동반 하락했다.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일시멘트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4245억 원에서 올해 3894억 원으로 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세아시멘트의 매출은 2884억 원에서 2460억 원으로 14.7% 줄었고 삼표시멘트 매출 또한 1805억 원에서 1723억 원으로 4.5% 감소했다. 성신양회는 2588억 원에서 2618억 원으로 매출이 1.2%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전방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올 10월 시멘트 제조 원가 30% 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료가 10.2% 오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성수기인 3분기에도 출하량이 크게 줄어 올해 시멘트 출하량이 최근 10년간 출하량 중 최저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환경 규제 강화와 같은 정책 변수도 있어 제조사들의 내년도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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