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쟁 우위에 있는 부문에 기술력을 더해 고부가가치화 해 자발적으로 사업 재편을 돕겠다는 것인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쟁력 제고 방향으로 공급과잉 납사분해설비(NCC)의 합리화,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보강, 고부가화 전환 등을 잡았다.
정부는 우선 석화산업의 미래는 다운스트림 고부가 소재가 주도한다고 보고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나 EU 등 선진국들도 2000년부터 이미 NCC 및 범용소재는 고부가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신속한 전환을 위해 전략적 투자대상을 중심으로 R&D와 실증에 집중하고 친환경 제품의 초기시장 창출에 주력하도록 정책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설비합리화로 인해 지역경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을 할 방침이다. 현재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자체는 여수, 울산, 대산 등 3곳이다. 산업부 고시를 개정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해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 정부가 지정을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진공, 소진공 긴급경영안정자금이나 우대보증을 활용해서 정책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석화업계에 조만간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자금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기초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NCC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등이 정책 금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책금융자금으로는 설비투자나 R&D 운영자금 등에 대해 저리대출을 해준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석화산업의 글로벌 경쟁구도를 고려하면 아직 경쟁력이 있다며 자발적인 사업 재편에 방점을 뒀다. 이른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도산 위험이 크거나 이미 도산했을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 석화 업계는 자구 노력을 하려고 하고 있고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하려는 의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발적 재편 유도도 좋지만 석화 산업이 처한 위기를 고려하면 구조조정에 준하는 비상한 대책이 더 나왔어야 했고, 가급적 빨리 시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정책을 내놓은 시기가 이미 실기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상반기부터 석화산업 업계와 긴밀히 소통했고 연내에 대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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