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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자영업'에 퇴로 열어줘…공급과잉 생태계 구조 개선

■폐업땐 기존 대출 '30년 저리' 전환

잔액 1억 이내 대출 금리 3%대

年 10만명·3150억 경감 전망

이복현(왼쪽부터) 금융감독원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오영주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 지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은행권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에는 ‘폐업자 저금리 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사업을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든 상황인데도 폐업할 경우 대출을 갚아야 해 재기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차주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폐업의 퇴로를 터줘 소상공인들이 큰 부담 없이 빚과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좀비 자영업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 상태인 소상공인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3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에 따르면 은행권은 폐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존 대출을 정상 상환 중인 개인사업자(신용대출, 담보대출,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부대출)를 대상으로 차주가 원하는 범위 내에서 최장 3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상환 유예(최대 1년) 또는 거치(최대 2년)도 가능하다. 금리는 기존 대출의 1억 원 이내에 대해 3% 수준(현재 조달금리 기준, 5년 변동)을 적용한다.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인 6%의 절반 수준이다. 대환에 따른 중도상환 수수료도 면제된다. 다만 신규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지원이 중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1억 원 정도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30년간 분할상환하면 하루 1만 원씩 갚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과 금융 당국은 이번 프로그램으로 좀비 자영업자들의 시장 퇴출과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폐업하는 개인사업자들 중 30%가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 10만 명의 대출 7조 원에 대해 연 3150억 원의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차주당 연 103만 원 수준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어도 기존에 빌린 개인사업자 대출 때문에 폐업하지 못하고 좀비처럼 사업을 이어가야 했다”며 “초저금리로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해지면서 폐업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억지로 사업을 이어가지 않고 취업 등 다른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비 자영업자들의 증가로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소상공인 생태계 또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은행연 모범 규준 개정과 전산 작업 등을 거쳐 내년 3~4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 후 3년간 신청 가능하다. 이 밖에 은행권은 소상공인 특화 취업 지원 프로그램, 희망리턴패키지 등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폐업 초기 단계부터 신속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폐업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폐업과 창업이 반복되면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도덕적 해이 문제 역시 제기될 수 있다”며 “폐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재기까지 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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