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와 의료용 고무장갑 등에 쓰이는 합성고무 제품군의 수출 단가가 2년 내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타이어를 만드는 대표적 합성고무 제품인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은 11월 톤당 2188달러로 1월 1807달러에서 21.1% 상승했다. SBR 수출가는 2022년 7월 2393달러를 기록한 후 2023년 8월 1661달러까지 떨어졌는데 다시 1년 넘게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고무 제품인 NB라텍스도 다르지 않다. NB라텍스는 의료용·주방용 장갑 제조에 주로 쓰이는데 2022년 5월 1052달러의 수출가를 찍은 뒤 2023년 7월 638달러까지 내려갔지만 11월 현재 874달러로 올라섰다. 코로나 시기 의료용 장갑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수출가가 2000달러를 넘어섰던 2021년만은 못하지만 상승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합성고무의 가격 상승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후변화 등으로 천연고무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공급 부족으로 천연고무의 가격이 상승하자 대체재인 합성고무를 찾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아울러 합성고무의 주원료인 부타디엔(BD)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 상승분이 판가에 반영된 영향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타디엔 평균 가격은 톤당 1358달러로 2023년(923달러)와 비교해 47.2% 상승했다.
특히 NB라텍스의 경우 톤당 수출가가 800달러대 수준을 넘어 10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코로나 이후 쌓였던 재고가 해소되면서 장갑 제조업체들의 동남아 지역 제조공장의 가동률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미국이 중국산 의료 장갑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로 말레이시아 장갑 업체에 NB라텍스를 주로 공급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우리 측 NB라텍스 공급 기업도 덩달아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1위 장갑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의 전체 NB라텍스 수입량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69%에 달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금호석유(011780)화학와 LG화학(051910)이 합성고무 제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합성고무가 전체 매출액의 30~40% 수준을 차지한다. NB라텍스는 연산 94만 6000톤으로 세계 1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BR은 26만 3000톤을 생산한다. 금호석화는 합성고무 부문의 실적에 힘입어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2628억 원(3분기 누적)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LG화학은 2020년 초 SBR 사업을 접었지만 NB라텍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국내(20만 톤), 중국(11만 톤), 말레이시아(24만 톤) 공장 등 세 곳에서 55만 톤가량을 생산 중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석화 업황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력 제품군에 따라서 회복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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