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가는 그간 상승 곡선만 그리던 e커머스가 처음으로 크게 흔들린 해였다. 1세대인 티몬과 위메프가 스러졌고, 덩치를 키우던 배달앱은 수수료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 와중에 알리·테무의 공습으로 공룡 쿠팡의 위세를 어디까지 잠식할지 업계는 주목했다.
해 넘기는 티메프와 배달앱 논란
올해 유통가의 가장 큰 이슈는 티메프 사태로 현재진행형이다. 쿠팡보다 먼저 e커머스를 시작했고,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던 티몬과 위메프는 창업자가 큐텐 그룹에 경영권을 넘긴 후부터 정산할 대금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데 썼다. 이들 기업이 법원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상거래채권자는 4만 8000여명, 채권액은 1조 2000억 원이 넘는다. 이와 별개로 티메프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했다가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는 8000여명, 피해액은 135억 원이다. 법원은 티메프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내년 1월에서 2월로 연장했고, 소비자보호원은 여행사와 PG사가 티메프 대신 소비자에게 환불해 줄 것을 권고했지만, 이들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양분한 배달앱 시장은 두 회사가 배달중개수수료를 최대 9.8%로 올리면서 입점업체의 불만이 폭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배달앱 수수료 상생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지난 11월 나온 결론은 배달이 많은 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로 ‘반쪽’ 이라는 오명을 썼다. 더불어민주당은 배달라이더까지 포함시킨 새로운 상생협의를 모색하고 있다.
C커머스의 침공…내년부터 쿠팡과 본격 경쟁
알리바바는 지난 3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센터 설립 등을 위해 3년간 11억 달러(1조 4667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밝혔다. 뒤이어 테무도 4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사실상 진출을 선언했다.
중소상공인들은 직구 방식으로 통관과 세금에서 자유로운 알리와 테무에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소비자 일각에서는 같은 중국산 제품을 그간 비싸게 팔아왔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첫해 이들의 성적표는 준수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종합몰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68만명으로 집계됐다. 쿠팡(3220만명)과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지만, 성장률은 알리가 더 높다. 쿠팡의 지난달 MAU는 0.5% 증가한 반면, 알리는 무려 6.9% 늘었다. 테무 역시 733만명으로 3위 11번가(889만명)을 바짝 쫒고 있으며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테무는 올해 11월까지 1804만명이 신규로 설치하면서 신규 가입자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유해물질 검출,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아직까지는 쿠팡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알리가 올해 수수료 0원 정책으로 국내 판매자를 대거 확보했고, 내년부터 물류센터와 공항 내 특송센터 등 본격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위기에 휘청인 롯데…사상 첫 구조조정 나선 이마트(139480)
이와는 대조적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주력이었던 롯데와 신세계(004170)그룹은 위기설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는 롯데케미칼, 신세계는 신세계건설이 주 원인이었지만, 본업인 유통에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함께 휩쓸렸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점포 10여 곳 이상을 매각하거나 임대를 종료하고, 호텔도 일부 매물로 내놨다. 이마트는 올해 3월과 12월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G마켓과 SSG닷컴도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롯데는 타임빌라스로 기존 브랜드를 뗀 대형몰 전략으로 응수하는 한편, 기존 대형마트는 규모를 축소하고 신선식품을 특화하며 e커머스와 차별화에 나섰다.
홈쇼핑도 업황 악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계엄 이후 시청자들이 뉴스 보도에 집중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었다. CJ온스타일은 사상 처음으로 케이블TV에 내는 수수료부담이 높다면서 송출중단을 단행하면서 정부 중재가 진행 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