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카카오는 내년 개발자의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API플랫폼 단독 애플리케이션(앱)을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생태계 확장에 성공하면 플랫폼의 신뢰도와 범용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도 기대할 수 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 API 플랫폼인 ‘카카오디벨로퍼스’의 모바일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웹 버전의 형태로만 제공했는데 전용 앱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카카오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내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API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들을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다. 개발자는 API를 활용하면 타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카카오톡 계정으로 다른 앱에서 로그인하거나 카카오맵의 콘텐츠 및 데이터를 다른 앱에 연결하는 기능 등을 지원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디벨로퍼스 앱을 통해 개발자가 자신의 앱을 원활하게 관리하거나 장애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발자는 디벨로퍼스 앱의 대시보드 기능을 통해 앱의 주요 정보와 설정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에러 발생, 설정 변경 등 주요 알림도 앱 푸시로 곧바로 넘겨 받아 대처할 수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인 데브톡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카카오는 “개발자들이 API 플랫폼을 모바일 환경에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도 API 생태계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이미지, 웹, 뉴스, 백과사전, 책, 카페, 지식인 등 서비스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네이버 로그인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API를 공개한다.
더 많은 이용자 확보가 경쟁력과 직결하는 플랫폼 기업은 API를 통해 더 많은 앱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겠다는 생각이다. 범용성을 갖춘 상황에서 개발자 편의까지 높이면 서비스와 기술 확산을 통해 영향력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API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다.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PI 관리 시장 규모는 올해 76억 달러(약 11조 원)에서 연평균 17.1%씩 성장해 2029년 169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새로운 앱들과 생태계를 공유하면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카카오톡의 경우 지난달 이용자 수가 4539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유튜브(4635만 명) 대비 96만 명 뒤쳐진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국내 월간 이용자 수 1위 앱의 왕좌를 내준 이후 탈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외연 확대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탄탄하게 구축한 API 생태계는 테크 기업의 미래 먹거리인 생성형 AI의 확산 창구가 될 수 있다. 오픈AI와 메타, 구글, 앤트로픽 등 빅테크는 API 형태로 자사의 AI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기업용 AI 개발 도구 솔루션 클로바스튜디오 등 AI 서비스도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8월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에서의 추가적인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이퍼클로바X API 활용 상품도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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