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핵 정국으로 혼란에 빠진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을 검토한다. 우선 크루즈를 타고 들어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만 이용 가능했던 도시 민박 사업의 내국인 투숙을 허용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관광기본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13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회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관광업 협회 관계자, 민간 기업인들까지 약 60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을 검토하기로 한 점이다. 현재 중국 관광객은 제주도에 한해서만 3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한중 전담 여행사를 통해 모객한 유커(단체관광객)가 먼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방한 관광 시장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 사업을 적극 검토해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범 사업 성격으로 관광상륙허가제를 통해 내년부터 크루즈 선사가 모객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먼저 무비자 국내 입국이 허용된다.
이와 함께 전자여행허가제(K-ETA)의 한시 면제 기간을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 또 중국·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캄보디아·인도 등 6개국 단체관광객에 대해서는 내년 12월까지 비자 발급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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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현재 외국인만 숙박할 수 있는 도시 민박을 내국인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내년 상반기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을 통한 국내 공유 숙박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예산 집행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여행 사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관광 예산 1조 3000억 원을 상반기에 70%(9400억 원) 조기 집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내년 상반기 매년 추진하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을 확대 개최하고 6월에는 대형 한류 행사인 ‘비욘드 K-페스타’를 신설할 예정이다. 관광 업계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관광 사업체에 △5365억 원 규모의 일반 융자 △1000억 원 규모의 2차 보전 △700억 원 규모의 신용보증부 대출 등의 3종 금융 지원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정부가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어온 국내 여행 산업이 정치 변수로 흔들릴 위험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374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2019년(1750만 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며 지난해 전체 관광객(1103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2000만 명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한 권한대행은 “관광 시장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관광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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