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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알뜰폰 점유율 제한…잇단 통신정책 효과 거둘까

단통법 폐지…알뜰폰 대기업 규제도 속도

정부 가계통신비 정책 카드 늘었지만

이통 3사 마케팅 축소 기조 이어갈 듯

소수 성지서 환승족 뺏는 국지전 예상

점유율 규제엔 후생감소·시장위축 우려

서울 시내 전자상가에 입점한 휴대폰 판매점. 연합뉴스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에 이어 대기업의 알뜰폰(MVNO) 점유율 제한법까지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통신정책도 힘을 받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6일 단통법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튿날인 27일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돼 본회의 통과를 앞뒀다. 두 법안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책 추진을 위해 반드시 국회 통과가 필요했는데 탄핵정국 속에서도 거대 야당의 협조를 얻으며 가까스로 통과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동통신 3사를 겨냥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수단을 얻은 것이지만 이것이 제효과를 낼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통법은 스마트폰 판매점·대리점이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줄 수 있는 보조금인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최고 15%로 제한하는 법이었다. 과거 공짜폰에 가까운 파격적 보조금을 내걸던 판매점, 이른바 ‘성지’가 출현하며 관련 정보가 밝은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법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통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축소되고 시장 과점 체제가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10년 만에 법 폐지가 추진돼왔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통해 단통법 폐지가 확정됐지만 다시 10여년 전처럼 3사 간 적극적 경쟁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0년대 초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가 상용화하며 3사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과 달리, 지금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도 가입자 포화 상태에 도달해 더 이상 늘릴 수 있는 신규 가입자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는 요원하다.

통신시장 경쟁이 기껏해야 타사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됐고 인공지능(AI)이라는 신사업 투자가 시급해지면서 3사 모두 마케팅 경쟁은 최소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이미 상한이 없는 공시지원금도 3사 모두 비슷하게 통제되는 양상이고 정부가 올 초 추가 경쟁수단으로 도입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판매점의 추가지원금 재원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판매점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통신사로부터 받는 영업 대가인 ‘판매수수료’와 일부 매장에만 인센티브로 추가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추가지원금 재원으로 충당한다.



결국 단통법 폐지 후 이통 3사는 전(全) 가입자 대상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늘리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일부 대리점에만 이벤트 성격의 파격 지원금을 살포해 실질적 고객인 ‘환승족(族)’을 끌어오는 핏셋 공략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승족은 가격에 민감해 더 유리한 조건을 능동적으로 찾아다니고 작은 혜택에도 번호이동을 쉽게 하는 유동층을 말한다.

야당 주도로 처리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합산 점유율을 60%로 제한해 통신시장의 ‘제4의 세력’인 알뜰폰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KT엠모바일 등 이통 3사 계열사 5곳은 물론 금융권인 KB국민은행(리브모바일)과 에스원이 규제 대상이다. 다만 이를 두고도 되레 3사 과점을 강화하거나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정치권과 업계의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정부·여당은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다. 60%라는 점유율 상한이 지나치게 높아 사실상 대기업들의 시장 과점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금융권 제외 이통 3사 계열사의 점유율 상한을 50%로 두는 안을 제시했지만 거대 야당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인 대기업 계열사들은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를 제기한다. 이미 52%에 달하는 대기업 점유율이 상한에 도달할 경우 소비자는 더이상 대기업 알뜰폰에 새로 가입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가 대기업 알뜰폰의 고품질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직은 대기업 주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알뜰폰 시장 전체가 위축돼 중소 알뜰폰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또 중소 알뜰폰 업체들 사이에서도 당장은 대기업 규제에 수혜를 누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잃어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알뜰폰 사업 확장을 멈추면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사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초 보안, 서비스 품질 등 중소 알뜰폰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내놓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8번째 고배를 마신 제4이통사 유치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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