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 증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천장을 뚫은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까지 의결되면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내수 침체와 기업의 실적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가들의 ‘국장 탈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예고, 원달러 환율 1480원대 돌파 등을 겪으며 ‘락 바텀(Rock Bottom·진바닥)’을 확인한 만큼 다음 주 기술적인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90포인트(1.02%) 하락한 2404.77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 2404.15포인트에 거래를 마친 코스피는 저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23일 2440선을 회복했지만 환율 상승의 여파로 2380선(27일 장 중 기준)까지 후퇴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이번 주 들어 680포인트 중반까지 오르는 등 반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한 주간 2.34포인트(0.35%) 하락한 665.97에 장을 마무리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증시가 잠시나마 ‘산타랠리(성탄절 기간부터 새해 초까지 증시가 오르는 현상)’를 즐긴 것과 달리 한국은 외국인과 개인 투자가들의 이탈이 지속되며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한 주간 외국인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58억 원, 899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12·3 계엄 사태 이후 27일까지 외국인 3조 3593억 원, 개인 7925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들은 2조 7450억 원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개인이 등돌린 한국 증시를 홀로 지켰다.
미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충격에서 힘겹게 회복한 코스피는 천장을 뚫은 원달러 환율에 무너져 내렸다. 계엄 사태 이후 1430원선을 넘나들던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80원을 돌파한 배경에는 다시금 확산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다. 27일 국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민생과 경제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3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초유의 국정 공백 사태로 글로벌 경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외환과 자본 시장을 뒤덮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내수 침체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새 나온 증권사 전망을 종합한 올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56조 9998억 원으로 한 달 만에 1.39% 감소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영업이익 전망치(9조 1593억 원)가 5.62% 줄어든 게 직격탄이 됐다. 설상가상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가 각종 대내외 변수들을 통해 하방 지지력을 확인한 만큼 기술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003540)은 이에 따라 다음 주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를 2440~2450로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선반영된 정치 불안, 반도체 실적 우려 등 불안 요인 대부분이 반영된 구간”이라며 “이를 전후로 지지력 테스트 이후 반등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적 대비 저평가됐거나 낙폭이 큰 반도체, 바이오, 금융, 자동차, 2차전지 등 업종에 주목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는 연말 휴장에 따라 다음 주 월요일(30일)을 마지막으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마무리하게 된다. 과거 코스피가 배당락 이후 연초 5거래일까지의 주간 평균 수익률이 다른 시기보다 높았고 현재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하락한 점을 감안한다면 다음 주 목요일(2일) 을사년 첫 거래일에는 상승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연말까지의 결산이 끝나고 연간 수익률 집계가 시작되는 연초에 펀드매니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한 해의 마지막 거래일과 새해 첫 거래일 수익률이 높았던 사례가 많은 것으로 비추어 보아 연초 효과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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