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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로 수십배 번 사모펀드, 실소유주는? [황정원의 Why Signal]

2021년 완전자본잠식인 이그니오홀딩스

단순 임가공 하는 마진율 낮은 기업인데도

고려아연 자회사는 매출액 50배 주고 인수

이그니오 투자펀드, 1년반 만에 수십배 수익

투자펀드 상당수, 타르사디아 소속이 운용

업계 "타르사디아와 고려아연 협상 밝혀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의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거래로 이그니오의 기존 주주와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설립 대주주인 MCC-NFT는 물론 2대주주인 PCT이그니오(PCT Ingeo Invester, LLC) 등 열 곳이 넘는 투자 펀드들이 설립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투자 원금의 무려 수십 배에 육박하는 차익을 거뒀다.

고려아연은 2022년 해외사업 지주회사 격으로 설립한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같은 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그니오홀딩스 구주 지분 100%와 신주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당시 환율로 자그마치 5800억 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이 7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그니오홀딩스 매출액(2021년)의 9배 수준, 11월 자료로는 무려 50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2021년말 기준 자본총계 -1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을 매출액의 50배나 주고 인수한 셈이다.

이그니오의 설립 초기 출자 자본금 총액은 약 275만달러(주당 27.5달러)였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구주 인수대금으로 치른 금액은 약 3억 달러(7월 거래분 주당 2645.6달러, 11월 거래분 주당 2708.7달러, 신주 제외)로 이그니오 초기 자본금의 수십 배가 넘는다. 이그니오 설립 초기 주주들로서는 회사 설립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100배로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그니오 자본금(임가공 사업)에 원료조달과 신사업인 에브테라 사업, 소성사업 일체를 홀딩스 산하로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평가된 만큼 실제가치는 자본금과 나머지 가치를 더해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밸류에이션 평가는 글로벌 투자은행(IB) 평가를 통해 제공 받은 것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 설명에 따르면 이그니오는 기존 폐가전 재활용 사업자인 MCC가 영위해오던 사업 중 임가공 부문만 별도로 분리해 2021년 2월 법인화 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설립 후 5개월만인 2021년 7월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이그니오 인수거래를 위한 실사·협상을 시작했다. 약 275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신설법인을 5개월도 안돼 구주가치를 약 3억달러로 거래하는 인수합병(M&A)를 하겠다고 고려아연이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022년 이그니오 인수 당시 MCC의 트레이딩 사업까지 함께 양수했고, 이 트레이딩 사업이 핵심 가치를 가진다는 고려아연 설명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전체 밸류에이션 자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MCC가 100배를 벌어갔다는 사실을 수긍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의혹의 시선은 2대주주 PCT이그니오를 비롯한 10여개가 넘는 투자 펀드에게 쏠린다. 이 펀드들이 애초에 투자한 대상은 ‘MCC 사업이 아니라’ 단순 임가공을 하는 마진율 낮은 이그니오홀딩스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은 “계약의 주요 당사자는 고려아연과 MCC로 다른 주주간 계약과 투자 지분 구조는 당사가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2022년 11월 이그니오 잔여 구주 지분을 인수할 당시 2021년 매출액을 29억원으로 공시한 데 대해 MCC 트레이딩 매출이 누락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인정한다면 MCC 사업을 제한 이그니오 사업은 연 매출액이 100억~120억 억에 그치는 영세 업체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세한 임가공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이그니오에 투자한 이들 투자 펀드들이 이그니오의 47.5% 대주주인 MCC와 동등하게 수십 배에 가까운 수익을 불과 1년 반 만에 벌어 들였다는 사실을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좀체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38.2% 지분으로 이그니오 2대주주 지위에 올라있던 PCT이그니오의 투자 원금은 약 105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투자 원금은 고려아연의 인수로 불과 1년 반 만에 1억100만달러로 불어났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투자 펀드의 출자자, 즉 자금의 실소유주가 과연 누구냐에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의 사모펀드(PEF)가 그러하듯 이들 펀드 자금의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이들 펀드의 운용회사가 이그니오홀딩스 대주주인 MCC와 모종의 연관성을 가진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MCC의 대주주는 미국에서 호텔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투자업을 영위하는 타르사디아 그룹(The Tarsadia Group)으로 알려져 있다.

타르사디아가 MCC를 지배하고, MCC가 다시 이그니오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이그니오의 2대 주주를 비롯한 투자펀드의 상당수가 타르사디아 소속 운용역들에 의해 운용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그니오에는 타르사디아 그룹이 직접 5%대 지분을 가진 주주로 참여해 있기도 하다. 이그니오 설립 후 3개월만에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해 1년 2개월 여만에 9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펀드의 운용 주체도 타르사디아 소속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초기 주주들에게 100배의 수익을 안겨준 이그니오 M&A의 실제 당사자는 타르사디아 그룹과 고려아연의 양자 관계였다고 해석한다. 국내 사모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마진율 낮은 단순 임가공 기업에 핵심 사업을 무상양도 하고, 기존 주주인 사모펀드들이 2년도 안되는 초단기간에 100배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거두는 등 비상식적 거래가 이뤄진 배경을 알려면 타르사디아와 고려아연 간 실제 협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PCT이그니오 등 단기간에 100배를 번 펀드의 실소유주가 누군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크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인수를 한 기업의 과거 투자 펀드가 누구에 의해 투자가 됐는지는 당사가 전혀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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