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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물가 꿈틀…'스태그' 가시화

12월 소비자물가 1.9% 상승

4개월 연속 '1%대' 유지했지만

고환율에 석유류 가격 상승전환

3분기까지 원화약세 전망 지배적

한은 "1월 물가 더 오를 가능성"

시민들이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채소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장기화에 환율이 고공비행을 하고 내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통계청의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9% 상승한 114.91로 조사됐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오름세다. 10월 전년 대비 1.3%로 저점을 찍은 물가 상승률은 11월 1.5%로 반등한 뒤 12월 들어 1.9%까지 뛰었다.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에 다시 근접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로는 물가가 2.3% 상승했다.

12월 물가 상승은 고환율로 석유류 가격이 1% 오른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9월과 10월·11월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번에 상승 전환했다.





식료품 물가가 오른 것도 물가를 부추겼다. 농산물 가격은 작황 부진에 2.6% 상승해 11월(0.3%)보다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전월 대비로는 4.3% 뛰었다. 가공식품은 빵·커피·비스킷을 비롯한 일부 품목의 출고가가 급등하면서 전월(1.3%)보다 높은 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12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0~148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2024년 4분기 평균 환율은 1398.75원으로 1400원에 육박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4일 기준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새해 1분기 말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으로 3분기까지 높은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환율은 수입과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한은은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5~0.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류는 즉시, 다른 품목은 시차가 1~3개월가량 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된다.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유력한 가운데 물가 관리 목표(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월 기준 97.6으로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9월(97.4) 이후 가장 낮다. 정부 관계자는 “11월 이후 소비·기업심리지표가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는 실물경기 측면에서도 분명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식료품 물가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4년 농산물 물가는 10.4% 상승해 2010년(13.5%)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신선과실 물가는 17.1%나 뛰어 2004년(24.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상기온과 폭우에 따른 작황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새해에도 식료품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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