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연초부터 국내 생산 ‘풀가동’ 체제에 돌입한다. 견조한 미국 시장 판매로 수출 물량이 산적한 데다 신차 효과로 국내 주문까지 밀리면서 일이 바빠지고 있다. 관세 폭탄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취임이라는 불확실성이 앞에 있지만 현대차·기아는 올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라인업 차별화를 통해 주요 시장의 난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년에도 잔업과 특근, 휴일 근무를 포함해 공장 완전 가동체제(풀가동)를 이어갈 것”이라며 “현대트랜시스 파업으로 인해 밀린 물량이 있고 수출, 국내 주문 물량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주요 시장인 우리나라와 유럽이 경기 부진을 겪으며 판매량이 각각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후진했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 판매량이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월까지 전년보다 22% 이상 증가한 31만 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판매됐고 현재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0월까지 수출량이 전년에 비해 각각 7.4%, 18.2% 뛰면서 생산라인을 바쁘게 가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변속기를 제작하는 현대트랜시스가 파업을 하면서 11월 일부 라인이 멈췄고 12월에는 비상계엄 여파로 상급 노조인 금속노조가 정치 파업을 하면서 부분파업까지 일어났다. 생산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며 주문량은 밀리게 됐고 여기에 올해 인도되는 신차 ‘디올뉴팰리세이드’도 사전 계약 첫날에만 3만 3567대가 계약되며 흥행해 물량은 더욱 쌓이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연초 풀가동 체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라인업 확장에 나선다. 현대차는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9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올해부터 시장에 판매한다. 기아의 대형 전기차 EV9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만 2만 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어 아이오닉9도 흥행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는 인기 모델 그랜저 페이스리프트(FL)가 출시된다. 북미(팰리세이드·아이오닉9)와 국내 시장에서 신차 효과로 판매량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기아는 EV9의 고성능 버전인 EV9 GT를 선보이고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국내와 호주 시장 등에서 판매한다. 특히 호주에서는 사전 계약만 2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물량을 소화하려면 타스만을 생산하는 화성 공장이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EV4와 신형 셀토스, 최초의 목적기반차량(PBV)인 PV5도 올해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업계는 현대차·기아가 라인업을 강화하는 올해부터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확장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까지 대형 전기차를 갖추면서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까지 소형에서 대형까지 모든 차종을 갖춘 완성차 기업이 됐다. 나아가 모빌리티 시대를 겨냥해 형태를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는 PBV도 실제 판매된다. 현대차 산타크루즈에 이어 기아 타스만까지 픽업트럭 라인에 가세하며 판매 시장이 넓어졌다. 다양한 차종으로 더 많은 시장에 진출하며 위험을 분산하고 판매는 늘리는 전략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10~20%) 부과 우려를 우회할 역량을 갖춘 것이다.
이에 맞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임직원들에게 ‘혁신’과 ‘도약’을 주문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6일 3년 연속 직접 신년회를 열고 ‘창의적이고 담대한 사고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 창출’을 주제로 새해 경영 방침을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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