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현상에 ‘짠물 소비’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유통·외식 업체들이 고급 제품에 대해서도 가격 파괴 전략에 나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지출을 최소화 하고 구매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하나를 사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은 예년보다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할인 혜택에 집중하거나 소량을 구매하는 ‘짠물 소비자’를 겨냥했다. 짠물 소비는 지난해 이상 기후 현상으로 원재료 가격과 식품 관련 물가가 훌쩍 뛰면서 일상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농축수산물 가격 지수는 5.9% 뛰어 2023년(3.1%)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업계는 짠물 소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가성비 뷔페 애슐리퀸즈에서 선보인 메뉴를 즉석 조리 식품으로 상품화한 ‘델리 바이 애슐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트 안의 뷔페’라는 콘셉트로 계열사인 킴스클럽 매장에서 200여 종의 즉석조리식품을 3990원에 판매하는 이 제품은 지난해 3월 론칭 이후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했다. 킴스클럽 강서점, 부천점, 강남점 등 7개 매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했으며 앞으로 전국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매드포갈릭은 샐러드·파스타 등 메인 메뉴와 식전빵, 수프, 음료, 커피까지 1만~2만 원대로 즐길 수 있는 ‘풀코스 매드 런치’를 선보였다. 도미노피자는 1인 가구를 위한 피자를 6900원에 출시했다. 다소 높은 가격대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파스타, 스테이크 등 메뉴를 주문하면 식전빵과 수프, 음료를 함께 제공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마트 업계는 할인 행사 가짓수와 기간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5일까지 올해 첫 할인행사인 ‘고래잇 페스타’를 진행중이다. 이전에 비해 초저가 수준의 가격에 단독 판매하는 상품 품목을 늘린 게 특징이다. 동시에 이마트는 연중 최대 할인을 위해 ‘고래잇템(고래잇+아이템)’ 14종과 카테고리 별로 2개 이상 구매할 경우 50%를 할인해 준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원플러스 원(1+1)’ 혜택을 제공하는 ‘반값 하나 더 데이’를 연다.
아울러 유통업계는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 세트의 가격대도 대폭 낮췄다. 사전 예약 물량을 늘려 재고 파악을 확실하게 하는 대신 할인 혜택을 통 크게 부여했다. 롯데백화점은 중저가 선물 세트 가짓수를 늘렸고, 신세계(004170)도 260여개 품목을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현대백화점(069960),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도 2만~5만 원대 가격의 가성비 선물 세트를 추가로 확대하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는 1만원 이하의 선물 세트를 핵심상품으로 내놨다. GS25는 ‘가성비 반찬 세트’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김치(2000원), 볶음밥용 닭가슴살(3000원), 한입 떡갈비(3500원) 등을 담았다. CU는 비빔밥, 고추장 양념 한우 불고기 등이 포함된 ‘명품 간편식 세트’를 1만 900원에 출시했고, 세븐일레븐은 ‘가격대별 추천 20’을 통해 3만원·5만원·10만원 미만 가격대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도 소비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실용적이고 부담 없는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며 “실속과 가성비에 맞춰 소비자 취향에 맞는 상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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