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이번에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에 진출한다. 절대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엔비디아의 AI 칩 대신 가격이 싸고 한 가지 기능에만 특화된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이 시장에서 주목받자 엔비디아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AI칩 맞춤형으로 진화하면서 AI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 메모리 시장도 고객의 입맛에 따라 다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독주하는 AI 메모리 판도가 올해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2일 대만 공상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맞춤형 칩셋 역량을 늘리기 위해 ASIC 부서를 신설했다. 신설 부서에서 일할 인원은 대만 미디어텍 등 ASIC 분야 기업에서 충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앞서 지난해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 내 대만에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고 엔지니어 1000여 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SIC는 특정 연산을 위해 설계된 전용 시스템반도체를 뜻한다. AI 가속기와 달리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탁월한 성능을 낸다. 이런 이유로 클라우드 업체들이 앞다퉈 ASIC를 자체 설계해 데이터센터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브로드컴·마벨 등 칩셋 설계 협력사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엔비디아 칩셋이 강점을 지닌 ‘학습’에서 오픈AI의 ‘o1’ 등 ‘추론’으로 기술 트렌드가 변화하는 흐름도 추론 특화 ASIC가 주목받는 배경으로 꼽힌다. ASIC가 대중화되면 ‘엔비디아향 HBM 천하’인 메모리 시장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설계사별로 맞춤형 메모리가 중요해지면서 고객사가 다양해지고 그래픽메모리(GDDR)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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